“30세 이상 백신 접종이 더 이득… 희귀 혈전증 완치 가능한 질병”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업데이트 2021-04-11 18:14
입력 2021-04-11 18:04

AZ 조건부 재개… 불신 극복 어떻게

20~29세는 희귀 혈전으로 4명 사망 추정
30~39세 6.9명의 코로나 환자 사망 예방
30세 이상 감염 사망 위험이 혈전 보다 커
국내 사례 유럽의약품청 ‘혈전’ 해당 안 돼

얀센 혈전 생성 논란도… 해외 4건 보고

정부가 11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12일부터 재개하되 30세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부 재개 방침을 내놨지만 ‘혈전 생성’ 등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2분기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밖에 없는 가운데 앞으로 국민 불안을 어떻게 달래느냐에 따라 11월 집단면역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30세 미만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특별히 이 연령대에서만 희귀 혈전증이 발생해서가 아니다. 세계 각국 사례를 봤을 때 희귀 혈전증은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향후 3개월간 매일 1200명의 확진자가 나오거나 향후 6개월간 매일 6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을 가정하고, 전체 인구가 백신 접종을 받았을 경우 예방할 수 있는 코로나19 환자 사망 건수와 혈전으로 인한 사망 건수를 연령별로 추정했다.

그 결과 20~29세는 백신 접종 시 코로나19 환자 2.8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지만 접종 후 희귀 혈전으로 오히려 4명이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30~39세는 백신 접종으로 6.9명의 코로나19 환자 사망을 막을 수 있는 반면, 혈전 발생으로 인한 사망은 이보다 적은 4명으로 예측됐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에 따른 사망 예방과 희귀 혈전으로 인한 사망을 비교했을 때 백신 접종 이득이 50세 이상은 (위험의) 10배 이상이었고, 80세 이상은 690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즉 어느 연령대에서나 특이 혈전이 발생할 수 있으나 30세 이상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희귀 혈전 발생으로 인한 위험보다 커 백신을 접종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은하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희귀 혈전 발생 빈도는 100만명당 1명으로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생길 수 있다고 밝힌 혈전증은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반 ‘혈전’(피떡)이 아니다. 뇌정맥동혈전증과 내장정맥혈전증과 같이 낮은 혈소판 수치와 일부 출혈을 동반한 매우 드문 특이 혈전증이다.

국내에서는 백신 접종 후 3건의 혈전증 사례가 보고됐고 이 중 20대 1명이 뇌정맥동혈전증이었으나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유럽의약품청이 내린 정의에 해당하는 사례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추진단은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희귀 혈전증은 굉장히 드물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혈전 생성 논란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얀센(존슨앤드존슨) 백신 혈전 생성 논란이 기다리고 있다. 유럽의약품청은 지난 9일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이 혈전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얀센 백신 접종 후 혈소판 감소 증상과 함께 희귀 혈전이 일어난 경우가 현재 4건 보고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1-04-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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