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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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실직·고독감…세상 등지는 日여성들

수정: 2021.02.23 18:22

작년 6976명 극단 선택… 40대 미만 급증
가족 감염 등 ‘자기 책임’ 압박 스트레스
초중고 학생들도 40% 늘어 479명 숨져
스가 ‘고립·고독 대책실’ 출범시켜 대응

지난 1월 15일 도쿄 근교에서 남편과 초등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던 한 30대 주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주부는 남편이 직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자신과 딸까지 감염되자 남편은 호텔, 자신과 딸은 집에서 각각 요양했다. 남편은 치료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지만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 아내는 “내 탓으로 딸과 학교에 폐를 끼쳐 버렸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 주부는 평소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자칫 자신의 딸이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들이 급증하자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전년보다 750명 늘어난 2만 919명이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남성 자살자는 전년보다 135명 줄어든 1만 3943명이었다. 반면 여성은 6976명으로 오히려 885명 증가했다. 또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초·중·고생의 수는 전년보다 약 40% 증가한 479명이었고 특히 여고생은 138명으로 두 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여성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실직과 고립감 등이 꼽힌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제적 궁핍을 겪는 여성이 많다.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마쓰바야시 데쓰야 오사카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한 현에서 40세 미만 여성의 자살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또 지난해 자살한 여성의 3분의2는 실업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체제로 바뀌면서 주부들의 일 부담이 커지거나 가정폭력에 더 시달리게 됐고 홀로 사는 여성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만 있게 돼 심각한 고독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알려져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것을 우려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우에다 미치코 와세다대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 때문에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받게 될 사회적 압력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 19일 고립·고독 대책실을 출범시켰고 사카모토 데쓰시 저출생 대책 담당상(장관)이 겸임하도록 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61번째 생일(23일)을 앞두고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살을) 다 함께 어떻게든 막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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