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시다발성 봄철 산불, 철저히 대비해야

업데이트 2021-02-23 02:10
입력 2021-02-22 20:36
산림청은 어제 산불 진화 헬기 74대와 수천 명의 인력을 동원해 전국 5곳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난 일요일 경북 안동과 예천, 충북 영동과 충남 논산, 경남 하동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계속된 것이다.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안동과 예천에서만 255㏊의 산림이 훼손되는 등 이번 산불로 300여㏊의 산림이 황폐화했다. 지난 20일에는 강원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노추산 자락에서 발생한 산불로 12㏊의 산림이 소실됐고, 18일 밤에는 강원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6.5㏊의 산림이 사라졌다. 같은 날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는 등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전국 곳곳에서 산불 피해가 잇따랐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봄철 산불은 3~4월쯤에 집중되는데 이번에는 1개월 이상 빨리 찾아왔다. 올겨울 눈이 잦았지만, 대기와 산림은 예상보다 더 건조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어 올봄 산불 우려가 더욱 크다. 무려 8일간 동해안 일대의 산림 2만 3794㏊를 잿더미로 만들었던 2004년의 강원도 산불이나 2019년 4월의 고성 산불이 떠오른다. 인명과 재산뿐 아니라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봄철 동시다발성 산불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산림청의 대비도 또한 빨라져야 할 것이다.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논·밭두렁 태우기, 담뱃불, 전신주 누전, 방화, 실화 등 사람들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와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와 소방 당국은 초기 신속한 진화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소홀해선 안 된다. 산불이 꽃소식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1-0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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