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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진 신부/캐시 송

수정: 2021.02.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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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부/캐시 송

그 여자는 나보다 한 살 아래

23세의 나이로 한국을 떠났다

그 여자는 아버지의 집 문을 닫고

그냥 떠났다

부산의 삯바느질 집에서

그때까지 이름도 모르고 있던

섬의 포구까지는 먼먼 여로였다

그 포구에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사진을

사탕수수밭 노동자 막사의

희미한 등불 밑에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의 방안엔

사탕수수 대궁이로부터 나온

나방이가 날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딸을 어찌 보냈던가?

그 여자가 낯선 남자

남편의 얼굴을 대했을 때

남자는 여자보다 13년 연상이었다

여자는 공손하게 웃저고리의 비단고름을 풀었던가?

그 여자의 천막 같은 옷은

남자들이 태우고 있던 사탕수수밭으로부터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으로 가득했었다

한국인의 유랑지수는 세계 2위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유랑민 수가 중국에 이어 2위이고, 유랑 민족의 비율에서는 유대민족에 이어 2위이다. 아프고 고통스런 시절 구한말의 조선에서 치마저고리 입은 조선 처녀는 얼굴도 보지 못한 남편을 찾아 하와이의 사탕수수밭을 찾아온다. 이 시절을 생각하면 오늘의 한국이 일군 번영이 기적 같기만 하다. 나는 우리 민족이 삶에 좀더 정직하고 역사에 대해 헌신적이면 싶다. 캐시 송은 하와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 시인이다.

곽재구 시인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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