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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고 해뜰날 돌아올까요

[포토 다큐] 코로나에 투잡 내몰리는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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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엔 마이크 든 사장님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던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번화가에 위치한 한 코인노래방에서 사장인 차모씨가 영업 재개를 기다리며 마이크를 소독하고 있다.

질문 하나. 한 남성이 오전에는 할당받은 배송물품이 꽉 찬 트럭 옆에, 저녁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코인노래방에 서 있다. 이 남성의 원래 직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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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득 실린 배송물품. 물량은 많지만 코인노래방 영업정지 땐 힘들어도 해야 한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차모(40)씨는 서울 마포구 홍대 번화가에 위치한 코인노래방 주인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정부 지침에 따라 올해 약 4개월 동안 노래방을 운영하지 못했다.

지난 8일 아침 일찍 차씨는 자가 차량을 이용해 경기 부천시의 쿠팡 물류센터로 향했다. 원래는 밤새 코인노래방을 운영한 뒤 늦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코인노래방이 영업정지된 상황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 2주간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을 때는 쌓였던 피로도 풀 겸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영업 재개 한 달 뒤 다시 2차 영업정지에 들어갔고 세 번째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언론에선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밀폐된 공간인 코인노래방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차씨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사비를 들여 방역까지 하는데, 왜 언론은 코인노래방을 코로나19 주범으로 낙인찍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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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하는 코인노래방 영업정지가 계속 연장되자 차씨가 종료일을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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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번화가에 위치해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던 코인노래방이 영업정지로 인해 모두 비어 있다.

계속된 영업정지로 임대료, 공과금, 음악 저작권료 등 빚만 계속 쌓인 차씨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은 죄다 신청했다. 차씨는 “가장 오래 영업정지된 코인노래방이 다른 업종과 똑같이 지원받는 현실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가 왜 마녀사냥을 당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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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엔 땀 흘리는 기사님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배송일. 이날 배송물품 중 제일 무거웠던 책상을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차씨에게 전달되는 배송 금액은 600원에서 800원. 이 금액이라도 영업정지 기간엔 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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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배송 중 스마트폰을 편하게 누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손가락의 앞 마디를 자른 차씨의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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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할당받은 배송물품의 위치를 알려 주는 지도. 이 지도에 표시된 게 없어져야 이날 일은 끝이 난다.

아이 셋을 둔 가장으로서 당장 생활비 한 푼이라도 벌어야 했기에 시작한 일이 택배다. 자영업자들이 너도나도 부업에 뛰어드니 설상가상 배송 건당 금액은 자꾸만 낮아진다. 아침 일찍 물류센터에서 물품들을 받아 오후까지 다 배송한 뒤 오후에 다시 물류센터에 들어가 물건을 더 받아 늦은 저녁까지 배송한다. 이렇게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온몸이 너덜너덜 파김치가 된다.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됐다. 영업 재개에도 그는 마음이 무겁다. 대출금을 메울 일이 막막한 데다 언제 또 일방적으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는 차씨의 표정에는 결연함마저 깃들었다. “10여년간 해 왔던 일을 하루아침에 중단하고 새로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입니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려고요. 나 하나만 바라보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겠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코로나19에게 내 자신이 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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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직접 피부에 닿는 노래방 리모컨은 철저히 소독한다.

전국 모든 노래방 점주들의 심경을 담아 간절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과 예방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정책이 어떤 이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그런 사실을 헤아리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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