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증오와 눈물/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업데이트 2020-09-18 01:57
입력 2020-09-17 20:42
증오의 망령이 바이러스처럼 세상을 떠돈다.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화나게 만들었는지 도로 위에서, 시위 현장에서 분노에 찬 언행을 쏟아놓는다.

세상살이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게다. 인간이라는 것은 이기적 동물, 상호 투쟁의 동물, 욕망과 욕심의 동물이고 그래서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貧者)로 어쩔 수 없이 나뉘게 된다.

살기 힘겨운 약자와 빈자는 견디다 못해 사소한 일에도 크게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욕망의 늪에 빠진 강자와 부자도 그보다 더할 수 있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야멸친 공격심으로 가득 찬 사회가 건강할 수는 없다. 한 발 뒤로 물러서 작은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양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세상을 바꾸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른 차가 내 차 앞에 끼어들려 할 때 기꺼이 속도를 줄여 주는 일 같은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것에도 눈물샘이 쉬 자극을 받는다. 눈물이 많아지는 것은 호르몬 탓이기도 하지만 공감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감은 이해, 용서, 양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정한 사람에게도 공감의 원천인 눈물이라는 것이 없을 수 없다. 더러는 눈물을 흘려 보면서 타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노력을 해 보자.

sonsj@seoul.co.kr
2020-09-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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