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위 3㎝ 올라간 치마 입지마”…일상의 류호정들

손지민 기자
업데이트 2020-08-09 16:00
입력 2020-08-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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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 ‘청바지 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청바지 출근’ 연합뉴스·류호정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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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가명)씨는 팀장으로부터 매일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는다. 평범한 외투를 입고 출근해도 팀장은 “이런 거 입고 다니지 말라”며 핀잔을 주고,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에도 “아줌마들이 시장바구니로 드는 거야”라며 지적하기 일쑤다. 한씨는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옷차림에 대해 지적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상사의 옷차림 지적은 성희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씨의 팀장은 “뒷모습을 보니 엉덩이가 토실토실해졌다”고 말하기도 하고, 거래처 손님이 오면 “얼굴 예쁜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커피를 접대시켰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9일 공개한 직장인 옷차림 지적 갑질 사례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들이 최근 원피스 출근으로 논란이 된 류호정 정의당 의원처럼 직장에서 과도한 옷차림 지적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직장인 이지연(가명)씨는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청바지를 입었다고 뭐라 하고, 치마를 입으면 네 몸매에 짧은 치마는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받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사례 중에는 “치마를 입을 땐 무릎 위로 3cm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며 치마, 신발 등 자신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올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불러 지적하는 사장도 있었다.

앞서 류 의원은 원피스를 입고 국회로 출근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페이스북 그룹인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의 일부 회원들은 이를 두고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다. “술값 받으러 왔느냐”, “술집 도우미”, “정의다방 미스류” 등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폭력 발언들이 이어졌다.

직장갑질119는 “똑같은 신입사원이어도 상사는 여직원의 옷차림을 ‘눈요기’하고 ‘지적질’한다”면서 “복장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며 표현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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