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도 없는데 목 눌러 제압… 인권위, 한국판 ‘플로이드’에 제동

오세진 기자
업데이트 2020-06-04 02:23
입력 2020-06-03 22:42

‘긴급체포 남발’ 해당 경찰 징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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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과정에서 시민을 넘어뜨린 후 무릎으로 목을 누르는 등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한 경찰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대구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씨를 징계하고 직무교육을 할 것을 소속 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진정인 B씨는 지난해 10월 집 근처 주차장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에 항의할 목적으로 공사 현장 출입구 앞에 차를 세우고 귀가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A씨는 B씨를 찾아 함께 공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B씨가 “출입구를 막은 건 사실이지만 불법이 아니다”라며 “차를 멀리 이동할 수 없다”고 하자 업무방해 혐의로 B씨를 긴급체포했다. 파출소에서 B씨가 수갑 착용을 거부하자 이 경찰관은 B씨의 어깨를 잡고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한 후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

인권위는 “긴급체포에서의 긴급성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 등으로 체포영장을 받아서는 체포할 수 없거나 체포가 현저히 곤란한 때를 의미한다”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B씨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가 별다른 자·타해 시도를 하지 않았고 파출소 내에 수갑 사용을 도와줄 다른 경찰관들이 있었는데도 A씨가 무릎으로 B씨의 목을 눌러 수갑을 사용한 것은 정당한 직무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의 과오가 인정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방침”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6-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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