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강대서 ‘집단 커닝’… 온라인 시험 어찌하오리까

김정화, 손지민, 오세진 기자
업데이트 2020-06-02 20:04
입력 2020-06-02 18:06

주요 대학 기말고사 방식 고심

비대면 시험 공정성·변별력 ‘허점’ 우려
대면 시험 땐 감염병 확산될까 조마조마

“대리시험 봐 드려요” 대놓고 글까지 올려
웹캠 의무화 등 부정행위 방지책 마련
시험 대신 보고서·과제물 제출 권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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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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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의대 학생 91명이 온라인 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서강대에서도 집단 커닝 의혹이 터졌다. 이달 말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들은 시험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대면 시험을 강요할 수 없는 데다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를 막을 마땅한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2일 서강대에 따르면 수학과의 한 과목 중간고사에서 여러 학생이 실습실에 모여 집단으로 시험을 치른 사실이 드러났다. 서강대 관계자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있어 학과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당 시험을 무효 처리하고, 기말고사 이후 학점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하대 의대에서는 적게는 2명, 많게는 9명이 유선전화나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이용해 서로 답안을 공유한 것으로 조사돼 학교 측이 가담자 전원을 0점 처리하기로 했다. 한양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을 대신 치러 주겠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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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도 온라인으로 치를 예정인 대학들은 부정행위 방지책을 고민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각 대학에 온라인 부정행위 방지안을 마련해 달라고 권고했다. 동국대는 수강생 20명 이하 소규모 강의 일부를 제외하고 대면 시험을 금지했다. 온라인 시험을 치를 땐 화상회의 시스템인 ‘웹엑스’를 활용해 대리시험을 막기로 했다.

대면 및 비대면 시험을 모두 허용하는 대학은 수강생과 협의해 시험 대신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중간고사는 아예 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권장했고, 기말고사는 교수 재량에 따라 진행하도록 했다”면서 “웹엑스를 이용해도 부정행위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있어 방지책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들에게 시험 방식의 최종 결정을 맡기기로 해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지방에 있는 학생들에게 시험 때문에 학교에 오라고 할 수 없어 비대면 시험을 치를 예정인데, 공정성과 변별력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경희대, 고려대 등은 이를 의식해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들 학교는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되 외국이나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의 경우 과제나 전화 구술시험 등 비대면 시험도 허용하기로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출석 시험을 치를 경우 좌우 앞뒤 각각 한 자리씩 떨어져 앉는 강의실을 확보하고 방역지침을 준수할 것”이라며 “출석 시험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과제물 대체를 통해 성적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역시 중간고사를 비대면 시험으로 치르면서 학내에서 공정성 우려가 나오자 기말고사는 대면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건강과 안전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교내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우려된다. 대면 시험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요청서를 학교 측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가천대에서는 학생 2명이 중간고사와 실기 수업 때문에 등교했다가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들과 접촉한 학생과 교직원 등 200여명이 전수검사 대상이 됐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6-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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