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美中관계 사이…시험대 오른 文외교

박기석 기자
박기석, 임일영 기자
업데이트 2020-06-02 18:33
입력 2020-06-02 18:14

[뉴스 분석] 하반기 G7 정상회의 참석·시진핑 방한 동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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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치 수여식’을 마친 뒤 단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2020. 6. 2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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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올 하반기 확대된 형태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동시 추진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G2(미중) 간 외교·경제 전쟁의 복판에서 국익과 국격을 극대화하는 기회 요인이 분명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공들여 온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공존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의 의제로 ‘중국의 미래’를 언급하며 반(反)중국 전선 구축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초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을 의식해 국익을 극대화하고 세계질서 선도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확인한 뒤 “환영할 일이다. 조금도 회피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한중 관계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일 “G7의 옵서버로 가는 일시적 성격이 아니라 G11·G12라는 새로운 국제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며 세계질서를 이끄는 리더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며 “국격 상승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중국의 반발을 제한적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호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이 참여하는데 한국의 참여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어떤 역할과 발언을 할 것인지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전략적 레버리지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이 초청받지 못했다면 중국도 한국이 고립됐다고 판단, 전략적 가치를 낮게 볼 것”이라며 “G7에서 미국이 노골적으로 반중국 전선을 구축하려 할 때 한국이 다른 회원국들과 연합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면 중국에 대해 외교적 레버리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에 충분히 설명하는 건 필요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방미 전 성사시켜 한중 관계를 사드 갈등 이전으로 오롯이 돌려놓는다면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당초 한중은 상반기 방한에 합의했지만 코로나19로 미뤄졌다. 지난달 한중 정상 통화에서 시 주석은 “올해 안에 방한하는 데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회의 시기는 9월쯤이지만, 코로나 상황 전개에 따라 유동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9월로 밝힌 상황이고, 안 될 경우 연내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먼저 시 주석 방한을 통해 한중 관계는 물론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경제 실리를 다진 뒤 G7에 갈 필요가 있다”며 “시기적으로 G7이 먼저라면 한국이 코로나 방역과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조할 것이라고 중국에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20-06-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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