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진의 교실 풍경

[이의진의 교실 풍경] 온라인 개학,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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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진 서울 누원고 교사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3차에 걸쳐 연기됐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국전쟁 중 임시로 천막을 치고 수업을 했다는 말을 들은 바 있으나 한 번도 초중고의 개학을 연기한 적 없던 우리 세대로서는 지금이 준전시 상황인 셈이다. 결국 교육부는 3월 31일 온라인 개학을 공식화했다.

교육부가 정식으로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교육 현장은 온라인 수업이 화두였다. 어차피 온라인 개학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막상 ‘온라인 개학’을 하라고 툭 던져 놓기가 쉽지,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교사마다 가지고 있는 인터넷 리터러시가 다르다. 게다가 이제껏 학교는 여러 규제와 행정적인 문제로 교내 와이파이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심지어 학교 PC에서는 다음, 네이버 등의 상용 메일과 카카오톡마저도 확인할 수 없게 막혀 있다. 교과서를 비롯한 교육 자료의 저작권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우왕좌왕이다. 저작권 문제에 걸리는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수업자료를 만들려면 쉽지 않아 결단이 필요하다.

온라인 개학 발표 이후 교육부가 안내한 각종 온라인 서버들이 동시접속으로 인해 다운되기도 했다. 과연 온라인 학습에 활용될 EBS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도구가 안정성을 갖추었는지도 의문이다. 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단순히 온라인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만으로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맞벌이 가정, 조손 가정 등의 경우 어린 학생이 혼자 정보통신 기기를 다루어야 하는데 이들의 정보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와이파이를 사용할 환경조차 안 되는 취약 가정도 많다. 학생들의 온라인 접근성 유무가 곧 학습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세부적으로는 온라인 학급 조회, 종례 문제가 출결 처리 문제에 걸려 있다. 또 과제형 수행평가를 지양한다는 방침 아래 온라인 수업에서 수행평가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고3의 경우 1학기 수행평가와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 입력은 입시와 직결되기 때문에 참 난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이미 2주 전에 학교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 교사 및 학생 가입을 완료했다. 지난주 전체 교사 연수를 실시하면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고, 다양한 우려와 그에 대한 대안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 출근해서 보니 교사들은 그동안 여러 경로로 쌓은 지식을 토대로 수업을 구상하고 만들었다가 지우고 다시 만들고 있다. 시험 가동해 보고 서로 역할을 바꾸어 학생으로 들어가 다른 이의 수업을 확인해 보며 피드백까지 하고 있다. 개인 부담으로 몇 배 오른 기자재를 구입하는 교사까지 천태만상의 모습을 보이며 시끌시끌하다.

지금 학교 현장은 매우 역동적이며 능동적이다. 전국의 교사들이 교육부에서 내려 보낸 달랑 몇 페이지의 운영 지침을 실현하기 위해, 몸으로 부딪혀 가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코로나19로 개학이 한 차례 연기되기 시작했을 때 교육부는, 아니 온 국민은 이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교육부가 처음부터 장기적인 시각으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발생할 수 있는 각각의 상황에 따른 개학 방식과 시기에 대해 지침을 마련해 주었더라면 현장의 혼란은 지금보다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는 언제 종식될지 모르고 수업시수는 채워야 하는데, 가정이나 학교의 온라인 학습 준비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이라는 한마디의 지침에 딸려 나오는 5조 5억만 개의 디테일한 문제들이 이제부터는 현장 교사들의 어깨 위해 고스란히 얹혀 버렸다.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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