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는 반달곰 가죽으로 軍 깃발 만들었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업데이트 2020-04-02 07:38
입력 2020-04-01 17:34

경주문화재硏, 월성 출토 곰뼈 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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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에서 출토된 곰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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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전 신라인들은 반달가슴곰 가죽으로 군대 깃발을 만들고, 피마자 씨앗을 외래에서 처음 들여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년간 경주 신라 왕성인 월성의 해자와 태자궁터인 동궁 유적에서 나온 동물뼈와 식물씨앗, 열매 등을 분석한 고환경 연구 성과를 1일 발표했다. 다른 유적에 비해 월성에서는 비교적 많은 곰뼈가 확인됐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은 “곰뼈와 같은 층에서 나온 토기와 씨앗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보면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된다”며 “홋카이도 불곰을 관찰한 소견을 검토했을 때 월성 곰은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반달가슴곰이 월성으로 온 경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월성 주변에 공방지가 조사됐고 해체흔이 뼈에서 확인된 것으로 보아 가공은 월성 주변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신라인이 곰을 해체한 목적은 고기나 의례가 아닌 가죽 확보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근거는 ‘삼국사기’에 나온 “제감화(弟監花), 곰의 뺨가죽으로 만드는데 길이는 8치 5푼”이라는 기록이다. 군사감화(軍師監花), 대장척당주화(大匠尺幢主花)는 각각 곰 가슴가죽, 곰 팔가죽으로 제작했다는 내용도 있다. 여기서 ‘화’(花)는 군대의 깃발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국내 발굴조사상 가장 많은 수량인 70여종의 신라 시대 씨앗과 열매도 월성 주변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씨앗은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아주까리)이다. 5세기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이 고대 유적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오동나무 씨앗은 우리나라 자생종이고, 피마자 씨앗은 씨앗 이용을 위해 인위적으로 들여온 외래종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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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해자에서 출토된 피마자 씨앗.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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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오는 9월 국내 학술대회에 소개하고 내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세계고고학대회에서도 발표한다. 2017년부터 고환경연구팀을 운영한 연구소는 ‘동아시아 고대 복합사회의 환경 고고학’ 부문에 참가해 5세기 신라 왕궁을 둘러싼 숲에 관한 고환경 연구 성과와 복원 청사진을 공개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04-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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