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노예 있다”… ‘박사’ 미끼에 150만원 고액방 몰려들었다

수정: 2020.03.26 02:20

조주빈 ‘박사방’ 대화록 재구성

불법 촬영물로 꾀어 고액 유료회원 유치
회원들 “진짜 연예인 영상 맞냐” 물으면
주민번호·주소 등 신상정보로 신뢰 쌓아
“10대 女아이돌 약점 잡았다”샘플 영상도
“조씨, 영향력 과시 위한 거짓말 가능성”

확대보기

▲ “26만명 공범자도 처벌하라”
텔레그램 단체방 ‘박사방’을 만들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종로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26만명 공범자도 처벌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노예 중에 현직 아이돌은 없나요?” -2019년 12월 2일 텔레그램 박사방 회원

“있습니다.” -‘박사’ 조주빈(25·구속)

최소 74명의 10~20대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유포한 박사 조씨가 연예인 불법 촬영물을 미끼로 유료 회원을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1~3단계 등급을 나눠 대화방을 운영한 조씨는 ‘150만원의 입장료를 받는 고액방에서 유명인의 수위 높은 영상을 볼 수 있다’며 수시로 영업 활동을 벌였다. 일부 회원이 진짜 연예인 영상이 맞느냐고 의심하면 연예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 등 개인 신상정보를 올리며 신뢰를 얻으려 애썼다.

확대보기

서울신문이 25일 입수한 박사방 대화록에 따르면 조씨는 수시로 무료 회원을 대상으로 질문답변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의 질문은 주로 여성 연예인의 불법 촬영물에 집중됐다. 조씨는 연예인 중에도 자신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성착취물을 찍어서 제공하는 이른바 ‘노예’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10대인 미성년자 연예인의 영상을 갖고 있으며 돈을 내고 고액방에 입장하면 영상을 풀어준다고 꼬드겼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씨가 대화에서 언급한 연예인은 10여명에 이른다.

조씨는 10대 여성 가수의 약점을 잡아 노예로 길들였다고 주장하면서 회원 1명을 개인 대화방으로 따로 불러 7초 분량의 샘플 영상을 보여줬다. 조씨는 또 연예인 A양이 데뷔하기 전 찍은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그의 부모를 협박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떠벌렸고, 유명 걸그룹 멤버 B씨의 데뷔 전 영상도 보유하고 있다고 으스댔다.

한때 박사방 운영에 가담했던 제보자는 “조씨가 텔레그램에서 주로 활동하는 10~20대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유명 아이돌 영상이나 뒷얘기를 풀며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30~40대 기혼 여성 연예인들의 실명을 언급하고 그의 사진을 대화방에 올리면서 ‘노예’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모 방송사 아나운서의 스폰서를 알선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사용자들이 관심을 보인 걸그룹 멤버와 여배우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를 공개하면서 “이곳에 가면 연예인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유명한 애 건드리는 건 안 무섭나요?”라는 회원의 질문에 “박사는 대중의 것입니다”라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조씨가 실제 연예인을 성 착취하거나 불법 영상물을 소지했는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다. 경찰은 박사방 대화록을 입수해 피해자를 파악하고 있다. 다만 제보자는 조씨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고액방에서 연예인 노예영상을 실제로 본 사람은 듣지 못했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허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방에 이름이 언급된 연예인의 소속사들은 아는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아직 경찰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사안의 경중을 보고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있을 경우 법적 대응을 추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기획·연재

서울EN연예 핫이슈

SNS에서도 언제나 '서울신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유튜브
  • 인스타그램
  • 네이버 채널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