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봉준호 감독이 거머쥔 오스카 트로피 등록문화재 될까

‘제작·형성 50년’ 기준 충족 못해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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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품에 안긴 4개의 오스카 트로피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배우와 제작진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수상한 오스카트로피를 들고 있다. 2020.2.10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휩쓸며 101년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모두 거머쥔 것도 64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기생충’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신기원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13일 오스카 누리집에 따르면 오스카 트로피는 높이 34㎝, 무게 3.85㎏이다. 트로피 제작 공장은 뉴욕 허드슨 밸리에 있으며, 50개를 만드는 데 석 달이 걸린다. 1929년 첫 시상식 이후 트로피 3천여 개가 주인을 찾아갔다.

봉 감독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뒤 무대에 올라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생충’으로 받은 오스카 트로피 4개는 한국 영화는 물론 문화 측면에서도 역사성, 희소성이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스카 트로피는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가치 있는 유물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을까.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을 보면 등록문화재는 국보·보물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로, 건설·형성되고 50년이 지나야 한다. 다만 50년이 넘지 않았더라도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면 등록이 가능하다.

아울러 역사·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고, 기술 발전이나 예술적 사조 등 시대를 반영하거나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봉 감독이 받은 오스카 트로피가 상징적 가치가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제작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아 문화재로 등록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스카 트로피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면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50년이 지나야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등록할 때 ‘50년’이라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산업기술 분야 문화재 조사를 하면서 50년이 넘지 않은 물품 중 최초 제작·최다 인원 사용·최장수 생산 등 여러 기준에 부합하는 자료를 대거 등록했다. 이듬해 등록문화재가 된 유물로는 1969년에 만든 금성 세탁기, 1975년산 포니 자동차 등이 있다.

문화재청은 2012년과 2017년에 50년을 넘지 않은 물품을 문화재로 등록하거나 사전 단계인 예비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관련 규정 변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신은 스케이트를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50년이라는 기간에 얽매이지 말고 문화재로 등록해야 한다는 주장과 문화재 등록은 시기상조라거나 문화재가 아닌 다른 제도로 보존하면 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김연아 스케이트나 오스카 트로피처럼 사물을 특정해 문화재 등록을 검토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훗날 문화·예술·스포츠 자료를 일괄적으로 문화재로 등록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면 50년이 지나지 않아도 등록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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