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핵화 틀 안에서 남북협력”…한미 공조 엇박자 비판에 논란 차단
靑 “남북협력, 비핵화 협상 촉진하는 방향”해리스 “남북협력, 한미워킹그룹서 다뤄야”
앞서 靑 “대단히 부적절” 與 “조선 총독이냐”
호르무즈 파병·방위비 분담금 등 난제 산적
美 국무부 “폼페이오, 해리스 크게 신뢰해”
방미 이도훈 “남북관계 개선 美지지 재확인”
이도훈 “美, 남북관계개선 일관된 지지 확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미국의 입장이었다면 이를 언론을 통해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 부분이 미국의 견해인 것처럼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협력 구상은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협력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면서 “양측의 협상력을 잃게 하는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 개별관광 같은 구상도 결국은 비핵화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이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동떨어진 맥락에서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 구상을 두고 “향후 제재를 촉발할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날인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를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며 “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대사가 조선 총독인가”라고 하는 등 당정청이 일제히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남북협력이란 한반도 핵심 안보 현안을 두고 한미가 충돌하는 듯한 분위기에 우려가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간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상황에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도 이견이 노출되는 듯한 모습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상 중에는 대북 제재와 관련성이 없는 계획도 있으나 대북 제재 완화가 수반돼야 하는 과제들도 있어 사실상 미국과의 긴밀한 의견 교환이나 공조 없이는 남북협력을 해내가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가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17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면서 “해리스 대사는 국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한다”고 밝혔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8일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도 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같은 날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이는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보조를 맞춰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미국의 입장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과 같다”면서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 간 공조는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가진 만남에서 합의한 사항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자체에 대한 미국의 일관된 지지 입장을 잘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비건 부장관과 만남에서 “한미가 남북관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에 관해서 긴밀히 공조해나가도록 한다는 데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대북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을 통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한국 정부 구상과 관련, 미국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한미가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긴밀한 조율 속에 공조를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는 취지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의 협의와 관련, “북한의 의도가 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했다”며선 “지금 한미간 공통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까, (북한이) 여러가지 계기에 도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도발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