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억울한 옥살이했는데…“감사하다”는 화성 재심 청구자 윤씨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업데이트 2019-11-13 13:27
입력 2019-11-13 13:27
수감 생활·출소 후 도움 준 인사 일일이 거명
재수사 나선 경찰에 대해서도 “백프로 믿는다”
박준영 변호사 “이춘재 자백은 새로운 증거”
소아마비 장애인 가두고 구타해 허위자백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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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청구 기자회견 하는 화성8차사건 윤모씨
재심 청구 기자회견 하는 화성8차사건 윤모씨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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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죄입니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큰 도움을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붙잡혀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모(52)씨가 13일 사건을 다시 재판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는 재심을 도와줄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와 함께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 태안읍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 됐다.

하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고 자백하면서 윤씨의 재심 청구 여부가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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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8차사건 윤모씨가 직접 쓴 글
화성8차사건 윤모씨가 직접 쓴 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직접 써온 글. 2019.11.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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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당시 경찰의 강제 수사로 억지 자백을 한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눈길을 끈 건 윤씨가 가지런한 글씨로 직접 써온 자필 입장문이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20년간 옥살이를 한 사람답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씨는 긴 수감 생활 기간, 출소 후 도움을 준 인물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박종덕 교도관님은 인간적으로 대화해주시고 상담도 잘 해주시고 항상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종교 위원님, 힘들고 외로울 때 많은 것을 주시고 가르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화성 사건 재수사에 나선 경찰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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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8차사건 윤모씨, “저는 무죄입니다”
화성8차사건 윤모씨, “저는 무죄입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직접 써온 글을 읽고 있다. 2019.11.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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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광역수사대 박일남 반장님 및 김현수 경사님께 감사드린다”며 “저에게 희망을 주시고 꼭 일을 해결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지금 경찰은 백프로(퍼센트) 믿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세요”라며 신뢰를 나타냈다.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건 윤씨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한 대목이다.

그는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어머님은 모든 것에 희망을 주시고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다”며 “어머님을 무척 존경한다. 아픈 다리 재활에 신경을 써 주셨고 남들처럼 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윤씨는 연락이 끊긴 외가 친척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윤씨는 “어머님 존함은 박금식이다. 고향은 진천이다. 아시는 분은 연락을 달라”며 “여기 오신 기자님들이 도와 주시면 일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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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 들어서는 화성8차사건 윤모씨
기자회견장 들어서는 화성8차사건 윤모씨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2019.11.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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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번 재심 과정은 단순히 승패 예측에 머물지 않고 당시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경찰과 검찰, 국과수, 재판, 언론까지 왜 아무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재심 청구의 의미를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가 8차 사건 피해자의 집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며 침입 경로를 진술한 점은 재심 사유인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된 주요 증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가 취약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고 주관이 개입된 점 역시 문제라고 박 변호사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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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청구 기자회견하는 박준영 변호사
재심청구 기자회견하는 박준영 변호사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재심 조력자인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019.11.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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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당시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 씨를 불법적으로 체포, 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 역시 재심 사유인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당시 경찰이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 글씨가 서툴고 맞춤법을 잘 모르는 윤씨에게 자술서에 적어야 할 내용을 불러주거나 글을 써서 보여주며 작성을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끝으로 윤 씨가 1∼3심까지 모두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며 재심사유를 판단할 때에 이런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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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청구 기자회견하는 화성 8차 사건 윤모씨와 박준영 변호사
재심청구 기자회견하는 화성 8차 사건 윤모씨와 박준영 변호사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52)와 재심 조력자인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 이주희 변호사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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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재심 청구를 통해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윤 씨의 무죄를 밝히고, 사법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인권 수사, 과학수사 원칙, 무죄 추정 원칙, 증거재판에 관한 원칙 등이 좀 더 명확하게 개선돼야 하고, 재심의 엄격함을 보다 완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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