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용의자 ‘극단적 이중성’
20세 처제 성폭행 뒤 둔기로 때려 살해
봉지 등으로 여러 겹 싸 야적장에 유기
“계획적인 살해 불분명” 무기징역 감형
교도관 “평소 말 없고 조용… 깜짝 놀라”
일반 수용자였다면 가석방 대상될수도
심리학자 “지킬박사와 하이드라고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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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1·2·3심 판결문과 당시 그를 수사했던 경찰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했다. 이후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뒤 머리를 검은 비닐봉지로 싸고 다시 한번 청바지로 뒤집어씌웠다. 당시 수사했던 퇴직 경찰관은 “시신을 1㎞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버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유모차를 이용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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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범행 직후 체포됐지만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의 발목을 잡은 건 DNA였다. 경찰은 이씨의 집 세탁기 받침대에서 피해자 DNA를 검출했다. 범행 후 피해자의 혈흔을 씻는 과정에서 미량의 혈액이 남았던 것이다. 그는 1·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지만 대법원에서 “성폭행 이후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 불분명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수감 생활에서는 모범수로 살았다. 이씨가 1995년 10월 이후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 측은 “이씨는 한 번도 규율을 어기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 없이 평범하게 생활했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가구 제작 기능사 자격을 따기도 했다.
수용자들은 생활 평가에 따라 1∼4급(경비처우급)으로 나뉘는데, 이씨는 1급 모범수였다. 이 교도소 관계자는 “1급 모범수인 이씨가 무기징역이 아닌 일반 수용자였다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수라도 개전의 정이 뚜렷하고 20년 이상 복역했다면 행정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지만, 이씨는 죄질이 무거워 가석방 검토나 심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게 교도소 입장이다. 또 1년에 2~3번 가족과 면회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교도소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됐다는 뉴스를 보고 교도관들은 물론 다른 수용자들도 깜짝 놀랐다”며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8일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자신을 찾아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자 혐의를 부인하며 담담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학자들은 만약 이씨가 진범이라면 극단적 이중 성향을 함께 가진 유형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내외 사례를 보면 연쇄살인범 중에는 평소 사회적 관계가 좋아 주변에서 ‘어떻게 저 사람이 흉악 범죄를 저질렀을까’ 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9-09-20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