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화재로 50대 부부 숨져…창문 매달린 딸, 이웃이 구조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업데이트 2019-09-12 10:27
입력 2019-09-12 10:27

20대 딸 구조 직후 부친은 추락…아들과 친구는 5층서 뛰어내려

위기 상황 속 적극 이웃 구조 나선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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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난 광주 아파트
불 난 광주 아파트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다. 2019.9.12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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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날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창문에 매달린 20대 딸은 이웃에 구조됐지만 딸 구조 직후 아버지는 추락해 숨졌다. 아들과 친구는 5층서 뛰어내려 탈출했다. 주민 10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12일 오전 4시 21분쯤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5층 A(53·남)씨 집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약 20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이른 새벽 시간에 난 화재로 인명 피해는 컸다.

불이 난 집안에는 부부와 20대 딸과 아들, 아들의 친구 등 모두 5명이 머물고 있었다.

불이 나자 아들과 친구는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했다. 딸은 보일러실 창틀에 매달려있다가 이웃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다.

주민 양모(46)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아래 층인 4층 집에 들어가 창문에 몸을 걸친 채 손을 뻗어 5층 창문에 매달린 A씨 부부의 딸(22)의 다리를 잡고 끌어당겨 극적으로 구조했다.

양씨는 “2명이 매달려 있길래 1명이라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갔다”면서 “다행히 딸이 보일러 연통에 발을 걸치고 버티고 계셔서 제가 끌어당겨 구조를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뉴스1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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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재
아파트 화재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나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 불로 50대 부부가 숨지고 자녀와 주민 등이 부상을 입었다. 2019.9.12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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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딸이 구조된 뒤 추락해 숨졌다. 부인 B(50)씨는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A씨의 추락에 대비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쓰레기 봉투를 화단에 옮겼지만 추락사를 막지 못했다.

주민 김씨는 “맞은 편에 살고 있는데 살려 달라는 비명소리에 잠을 깼다.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창문에 매달려 있었다”면서 “사람이 아래로 떨어질 것 같으니 주민들이 새벽에 뛰쳐 나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레기 봉투를 화단 아래에 옮기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A씨가 쓰레기 봉투 위로 떨어지지 못해 숨졌다며 가슴 아파했다.

A씨의 자녀와 친구 등 3명은 다리 화상을 입거나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새벽 시간대 불이 나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는데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23명이 꼭대기 층에 모여있다가 구조됐다.

넘어져서 타박상을 입거나 연기를 들이마신 주민 10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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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서 빛난 시민의식
위기상황에서 빛난 시민의식 12일 오전 4시 21분쯤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 주택에서 불이 나 50대 부부가 숨지고, 부부의 자녀와 이웃 주민 등 여러 사람이 다쳤다. 사진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주민들이 대피 과정에서 아파트 창문에 매달려 있던 이웃이 다치지 않도록 쌓아둔 쓰레기 더미의 모습. 2019.9.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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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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