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불명’ 탈북 엄마·6살 아들 장례, 통일부 “최대예우 진행”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업데이트 2019-08-23 23:58
입력 2019-08-23 21:58

경찰 부검 결과 “사인 불명…약물·독극물 검출 안돼”

‘아사’ 단정 못한다 결론…내사 종결 예정
모자 숨진 지 두달만에 부패한 채 발견
16개월 밀린 월세, 식품 없어 ‘아사’ 제기
통일부 “탈북단체들과 장례 협의 중”
“탈북자 정착지원 사각지대 없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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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탈북민 한모씨와 여섯 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 현관이 굳게 잠겨 있다. 대한민국은 배고픔 때문에 사선을 넘어온 탈북 모자를 지켜 주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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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집에서 숨진 지 두달 만에 발견된 탈북민 40대 여성과 6살 아들의 장례 절차와 관련해 “고인에 대한 최대의 예우를 갖춰서 진행될 수 있도록 남북하나재단을 중심으로 탈북민 단체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모자에 대한 부검 결과에서 약물과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다만 아사로 단정할 수 없다는 당국의 결론과 함께 내사 종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차린 분향소에 통일부가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 이렇게 설명했다.

김 부대변인은 “협의 결과에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빈소 설치와 조문, 세부 장례절차 논의 등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장례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탈북민 단체 등과의 협의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미흡한 복지정책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탈북민 정착지원과 관련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부처 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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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인근에 설치된 아사 탈북 모자 추모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1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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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민 한모(42)씨는 아들 김모(6)군과 함께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두달이 지나 발견됐다.

특히 탈북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이들의 아파트에 식료품이 다 떨어져 있어 일각에서는 아사(굶주려 죽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이 최근까지 받은 정부 지원금이 양육수당 월 10만원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곤 탈북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모자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을 당시 16만4000원의 월세가 16개월이나 밀린 상태였지만 그동안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모자의 집을 찾아간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한씨가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동수당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이혼 관련 서류를 요구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양자 모두 사인 불명이며, 약물이나 독물 역시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부검 감정과 현장 감식, 주변 탐문 결과 특이사항이 없어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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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콘서트 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토크콘서트 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23일 오후 서울 KB청춘마루에서 열린 ‘평화경제 얼리버드 청년 아이디어톤’ 대회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청년대표 시사 크리에에터 국범근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2019.8.2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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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고도의 부패 변성이 진행돼 (부검에) 제약이 있으나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뚜렷한 질병이나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국과수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이 ‘불명’으로 나왔기 때문에 아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타살 혐의점이나 자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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