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국·원산국 셈법 복잡 반환 난관
한국 소장한 실크로드 벽화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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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에 대한 정의는 국내법, 국제법에 따라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불변의 공통점도 있다. ‘국가 혹은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문화재를 약탈당한 이들 입장에선 자신의 혼이 담긴 역사와 문화를 통째 도둑맞았다는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하다. 2011년, 무려 145년 만에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대하던 우리의 심정을 떠올리면 알기 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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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문화재 약탈을 주도했던 서구 열강과 오늘날 수많은 문화재를 구매할 힘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대개 일치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이른바 ‘문화재 시장국’이다. 일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반대편에 있는 이집트, 인도, 그리스 등은 ‘문화재 원산국’이다. 여기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저자는 그 가운데 ‘시장국’을 영국으로, ‘원산국’을 인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으로 한정해 논지를 펼친다. 이 사례들이 문화재 약탈사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판단에서다. 영국을 꼽은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어떤 열강보다 넓은 식민지를 가진 ‘제국적인’ 국가다. 주목받는 유물도 그 어느 나라보다 많다.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된 ‘로제타석’, 영국 왕실 왕관에 장식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코이누르 다이아몬드, 범아프리카 차원의 반환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베닌 왕국의 베닌 브론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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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여전히 약탈의 합법성과 취득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러 근거 중 핵심은 “19세기 약탈을 20세기 법으로 단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만 시장국이 아니라는 것도 중요한 근거다. 쉽게 말해 여러 시장국이 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다.
책 말미에 시장국으로서 한국의 문제를 지적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실크로드 문화재를 1500점가량 소장하고 있다. 그중 50여점이 세계 최고 수준의 벽화다. 반면 중국 신장 투루판 등 현지의 벽화들은 안료가 지워지는 등 훼손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각에서 반환 논의가 이어지는 이유다. 저자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았던 이탈리아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반환 문제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9-08-23 3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