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없었던 홍콩의 주말…중국군 개입 맞선 평화 시위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업데이트 2019-08-18 20:34
입력 2019-08-18 18:10

홍콩 11주째 송환법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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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나온 교사들
거리 나온 교사들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지난 17일 도심 센트럴 지역의 차터가든 공원에서 교사들이 모여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해 양심을 위해 소리를 낸다’는 등의 푯말을 들고 송환법 반대 집회 참가 학생들을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홍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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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가 내린 가운데 진행된 18일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는 중국이 무력 개입할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중국 전·현직 수뇌부가 모여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번 시위가 개최돼 중국이 향후 홍콩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후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주최로 빅토리아 공원 일대에 모인 시위대는 센트럴 차터로드로 향하며 시위를 이어 갔다. 일부는 지난 주말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오른쪽 눈을 가리고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우산을 쓴 시위대는 정부청사까지 이동하며 자신들을 폭도로 규정한 정부와 과잉진압 논란을 일으킨 경찰을 비판했다. 홍콩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까지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경찰들이 본격적으로 시위 대응 준비에 나서며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시위를 앞두고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홍콩 경계에서 10분 거리까지 전진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중국 정부가 사실상 무력 개입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선전에서 대규모 시위 진압 훈련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던 무장경찰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주최 측은 이 같은 관측에 우려를 표하며 시위 시작과 함께 ‘평화 시위’, ‘비폭력 시위’를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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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홍콩과 이웃한 중국 광둥성 선전만 경기장에서 중국 무장경찰들이 시위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선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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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주말 시위가 시위대와 경찰의 대규모 충돌 여파로 주중 홍콩국제공항 폐쇄로까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전날인 17일 시위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2만 2000여명의 교사들까지 나서서 학생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고, 친중 인사들이 ‘맞불 시위’를 놓기도 했지만 시위대·경찰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루탄 없는 토요일 밤이 지나가 홍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주말 내내 홍콩 문제의 인도적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적 여론과 각을 세웠다. 인민일보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미 의회를 겨냥해 “홍콩은 내정 문제이며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 바꿀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전인대 외사위원회 대변인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을 겨냥해 이들이 홍콩 시위를 자유와 인권 쟁취를 위한 행동으로 미화했다고 비난하며 “이들이 홍콩 경찰의 법 집행을 폭력적인 진압으로 왜곡하는데 이는 법치 정신에 반하는 노골적인 이중 잣대로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성토했다. 대변인은 또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홍콩의 번영과 안정은 홍콩 시민을 포함한 전체 중국 인민의 의지로 극소수 강력 범죄자들이 움직일 수 없으며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 정부와 의회가 모두 홍콩 사태의 인도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17일(현지시간) “홍콩의 자치권과 기본적인 자유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자제력을 발휘하고 폭력을 거부하며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9-08-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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