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여서정’, 메달보다 행복 향한 도약되길”

‘도마 황제’ 여홍철이 딸 서정에게

부녀가 FIG 채점 규정에 고유기술 등재
“부담 주지 않으려 체조 얘기 먼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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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틀랜타 올림픽 체조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왼쪽) 경희대 교수와 지난 19일 제주 국제체조대회에서 난도 6.2의 도마 신기술 ‘여서정’의 금빛 착지에 성공한 딸 여서정이 지난해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딸에게 기술 전수를 했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서정이가 스스로 훈련하며 개발한 신기술이에요. 전 지켜보기만 했어요. 너무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지난 19일 제3회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서 여서정(17·경기체고)은 본인 이름을 딴 난도 6.2점의 도마 신기술 ‘여서정’을 1차 시기에서 성공시키며 금메달을 땄다. 원조 ‘도마 황제’ 여홍철(48) 교수의 ‘여1’, ‘여2’에 이은 부녀(父女)가 나란히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고유 기술을 등재하는 이정표를 세운 순간이었다.

당시 해설위원으로 현장 생방송을 하던 여 교수는 딸의 완벽한 착지에 환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서정(720도 회전)으로 명명된 신기술은 본인에게도 특별하다”고 자부했다. ‘여2’(힘차게 달려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바퀴 반을 비틀어 900도 회전 기술)를 응용해 태어난 기술이 바로 ‘여서정’이기 때문이다.

여 교수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한 고난도의 기술을 개발했는데 지난해 대회에서는 서정이가 긴장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 연습하는 것을 보니 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작년 포르투갈 대회에서 신기술을 선보였지만 착지 때 주저않아 실패했다.

이 신기술은 도약력이 필수다. 여 교수는 “도약 시 10㎝ 이상 몸을 더 띄워야 반 바퀴를 더 회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서정에게 아빠 여홍철은 편한 존재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6년 전 부녀가 예능에 같이 출연했을 때 12살 여서정은 조심스럽게 “내가 체조를 그만두면 후회할거야?”라고 물었다. 여 교수가 “아니다”라고 답하자 딸은 “너무 힘들어서 할머니에겐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엄마 아빠한테는 차마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며 펑펑 울었다.

여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빠가 너무 잘해서 부담이 컸던 것 같다”면서 “힘든 과정이 많았지만 서정이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상황”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여 교수는 딸에게 체조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으면서도 든든한 ‘체조 멘토’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여 교수는 “연습 과정을 눈여겨 보다가 서정이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하우를 요청하면 그때 도움을 준다”면서 “나를 닮아서 근육이 금방 뭉치는 딸을 위해 트레이너도 직접 구해준다”고 말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아쉬운 착지로 은메달을 땄던 여 교수는 조심스럽게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여서정의 선전을 기대했다.

여 교수는 “꼭 1등 하는 게 중요하진 않다”면서 “좋은 성적을 내느먀 마느냐보다는 서정이의 행복감이 가장 우선”이라며 ‘딸바보’의 모습을 보였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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