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클래스…구급차 출동하자 모세의 기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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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급차에 길 터준 홍콩 시위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시위 도중 진입한 구급차에게 길을 터주고 있다. 2019.6.16
AFP 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뜻으로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200만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시위 도중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빅토리아공원에서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4km 구간을 행진하며 평화 시위를 벌였다.

홍콩 언론들은 시위대를 ‘검은 바다’로 묘사했다.

그런데 이 검은 바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양갈래로 갈라지는 순간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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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정치부 기자 제피 람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구급차와 시위대의 사진. 2019.6.16
제피람 트위터 캡처

군중 속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시민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가 출동했기 때문이다.

시위 행렬은 구급차가 나타나자 길을 터주기 위해 빠르게 길 양쪽으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구급차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일부 남성들은 힘을 합쳐 길 한가운데 놓인 바리케이트를 치워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누군가의 지휘나 명령 없이 시민들 스스로 한 일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정치부 기자인 제피 람은 자신의 트위터에 구급차에 길을 터준 시민들의 사진을 올리며 “오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하코트 도로를 점령한 시위대가 구급차에게 길을 내줬다”고 적었다.

유튜브와 중국 동방일보의 인터넷 사이트 동망(東網) 등에는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게재돼 전세계 네티즌의 주목을 끌었다.

사진과 영상에는 “홍콩 시민들이 짱(awesome)인 이유”, “문명화된 시민의 표본”, “아름다운 집단지성” 등 응원과 찬사를 담은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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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대행진’ 벌이는 홍콩 시민들
검은 옷을 입은 홍콩 시민들이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는 이날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수 킬로미터의 도로를 가득 메워 홍콩 도심이 ‘검은 바다’로 변했다고 전했다.
2019-06-16 19:17:27
홍콩 AP=연합뉴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시위 참여 인원이 20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지난 9일 집회 참여 인원(103만명)의 2배에 달한다.

이날 시위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열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보류할 게 아니라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람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많은 홍콩 시민이 이 법이 제정될 경우 홍콩에 거주하는 반 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정부가 마구잡이로 본토로 잡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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