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볼·킬패스…40년 전 마라도나의 길 그대로 걷는 ‘막내형’

‘슛돌이’ 이강인, 골든볼 주인공 우뚝

6세 때 ‘날아라 슛돌이’ 출연해 맹활약
유상철 “성인 축구선수 보는 듯한 느낌”
17세 때 빅리그 스페인 발렌시아CF로
작년 팀 최연소 외국인 선수 1군 데뷔
에콰도르전 킬패스 마라도나와 판박이
“골든볼, 우리 한 팀이 받은 것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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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인이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한 뒤 시상대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우치 연합뉴스

이강인(18·발렌시아CF)은 만 6세였던 2007년 국내 방송사가 제작한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3기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FC 감독은 당시 마르세유 턴과 시저스 킥 같은 고난도 기술을 구사했던 이강인에 대해 “그 나이에 그렇게 차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강인이는 성인 축구선수를 찌그러뜨려 작게 만든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강인은 이 프로그램에서 “강인이는 볼도 잘 차고…”라는 유상철의 말에 “볼이 뭐예요?”라고 되물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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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2년 뒤. 16일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든볼’의 주인공이 된 이강인은 “골든볼은 제가 받은 게 아니라, (우리)한팀이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막내형’다운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열두 해가 흐르는 동안 이강인은 ‘슛돌이’에서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첫 골든볼 수상자로 훌쩍 컸다.

이강인은 만 17세 253일의 나이에 유럽 빅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CF에 데뷔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8년 전 유소년팀에 영입했다. 앞서 이강인은 8세 때인 2009년 인천 유나이티드 12세팀에 입단해 4년을 월반했고 2013년 태권도 관장인 아버지 이운성씨를 비롯한 식구 모두와 함께 스페인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강인은 2017년 유소년팀(발렌시아 후베닐) 소속으로 발렌시아 B팀(2군) 경기를 통해 성인 무대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만 16세. 그는 구단의 특별 관리 아래 2018~2019시즌 유럽 전역의 유망주들과 경쟁했다. 1군 계약 과정에서 8000만유로(약 1070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이 화제를 뿌렸다. 발렌시아 측이 그만큼 이강인의 가치를 인정했다. 등번호 16번을 단 이강인은 2018년 10월 31일 스페인국왕컵(코파델레이)를 통해 마침내 1군 데뷔 경기를 치렀다. 외국 선수로는 최연소 데뷔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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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 시절 이강인의 앳된 모습.
최진태 한국축구클리닉센터 감독 제공

이강인은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묘하게 겹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마라도나의 플레이를 보고 축구를 익혔다.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이 닮은꼴인 이유다. 왼발잡이로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들며 날카롭게 공격의 완급을 조절한다. 그는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골든볼 ‘40년 선배’ 마라도나의 킬패스를 그대로 재현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마라도나는 프리킥 키커로 나선 뒤 득달같은 왼발 전진패스로 클라우디오 카니자에게 공을 배달했다. 동료들의 움직임을 조율하려는 제스처까지 이강인과 흡사했다. 눈치를 챈 카니오가 달려들면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든볼에서 득점 루트까지, 이강인은 마라도나의 길을 그대로 밟고 있는 중이다.

유럽 언론이 선정하는 ‘2019 골든보이 어워드’ 후보에도 포함된 이강인은 믹스트존을 통과하면서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형들과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행복한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혹시 오늘 경기가 끝난 뒤 울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강인은 “뭘 울어요. 전 후회 안 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쿨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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