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일가족 사망사건…“아들, 충격으로 조사 힘든 상황”

수정: 2019.05.22 15:46

이수정 교수 “부모에겐 자식 생명권 선택 권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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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 일가족 사망, 父 시신에 ‘주저흔’ 발견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집안에서 A(50)씨와 아내, 고등학생 딸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아들 D(15)군이 경찰에 신고했고, D군은 “과제를 하다 늦게 잠이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부검 결과 A씨의 시신에서는 주저흔(흉기로 자해하기 전 망설인 흔적), 고등학생 딸의 시신 손등에는 방어흔(흉기 공격을 막으려다 생긴 상처)이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부인과 딸을 살해한 후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2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A씨가 숨져 가족의 보험이나 채무, 의료기록 등을 종합해 범행 동기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A씨가 주변인들에게 급히 돈을 빌리려 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D군은 현재 조부가 돌보고 있으며 사건의 충격으로 조사가 힘든 상황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모에겐 자식의 생명권을 선택할 권한이 없다”라며 이번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을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보통 서서 몸싸움을 하거나 움직이면 몸에 상처가 발생하면서 혈액이 튀어 특정 방향으로 흩뿌려진 흔적인 ‘비산흔’이 발견되는데, 이번 사건 현장에는 비산흔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가족끼리 몸싸움이 없었다고 추측했다.

이 교수는 “누워 있는 상태로 공격을 당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아내의 경우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아마 수면 중이었든지 잠깐 잠이 들었든지 이런 와중에 공격을 당해 전혀 방어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딸의 경우 “목에만 흔적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배에도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여 한 번 만에 상황이 전개된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A씨가 제일 나중에 스스로 자기 목을 공격했으나 쉽지 않아서 주저흔이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통 모든 가족을 살해 후에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에는 고통이 적은 탄을 쓴다거나 수면제를 쓰는데 A씨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고통이 아주 심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A씨가 아들은 살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사건이 일어난 집이 부모님이 살던 집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모님에게 아들(손자)을 남겨두는 식으로 생각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라며 “어떻게 보면 이러한 사고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다. 대를 이을 아들은 부모님께 맡겨 놓고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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