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노동 월급 1140만원’ 뻔뻔한 의원들

손지은 기자
손지은 기자
업데이트 2019-05-16 14:47
입력 2019-05-15 23:20

서민 등골 휘는데 국회 닫고 “지금 뭐하세요?”

추경·민생 법안 등 줄줄이 쌓였는데
지역구는 현역·예비 얼굴 알리기 ‘법석’
교류 명목 경쟁적 외유성 출장 행렬
한국당 보이콧으로 5월 일정도 못 잡아
국민들 “일 안하는데 연봉 왜 주나”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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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여야 지도부 주차장
텅 빈 여야 지도부 주차장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빈손으로 허비한 데 이어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여야 지도부 전용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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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회의원 300명의 통장에 각각 1140여만원의 월급이 들어왔다. 4월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 ‘동물국회’로 점철된 정쟁을 벌이느라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의 ‘무노동 유임금’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여야는 15일에도 5월 국회 일정을 잡지 못함에 따라 오는 20일 의원들의 통장엔 어김없이 ‘무노동 월급’이 들어오게 된다.

국회 문을 닫아 놓은 지금 의원들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서울신문 취재 결과 상당수는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벌써부터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도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 날을 빼고는 지역에 계속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역에만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한국당 의원도 “내년 총선에서 내 지역구를 노리는 다른 당 비례대표 의원이 요즘 틈만 나면 지역구를 돌며 인사를 하고 다니는 게 신경이 쓰여 나도 되도록 지역구에 있는다”고 했다. 민주당 3선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역 축제와 행사가 많은 5월에 바짝 지역구를 돌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솔직히 의원들은 지금 국회가 열리지 않는 걸 속으로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외유에 나선 의원들도 많다. 국회 사무처에 5월 해외출장 일정을 신고한 여야 국회의원만 30명이다. 이석현(민주당)·함진규(한국당)·이태규(바른미래당) 의원은 16일부터 21일까지 한·아세안 의원포럼 차원으로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방문한다. 같은 날 박찬대·이용득(민주당), 이종구·주호영(한국당) 의원은 스위스와 세르비아 의원친선협회 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다만 박 의원은 당초 초청을 받긴 했지만 원내대변인 직을 맡게 되면서 출장에는 불참했다. 김진표(민주당)·정우택(한국당) 의원 등 5명은 19일 국회 한미의회외교포럼 차원에서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21일에는 김영춘(민주당)·강석호(한국당)·윤영일(민주평화당) 의원이 국내해양치유센터 도입을 위해 독일 방문에 나선다.

최연혜(한국당)·윤준호(민주당) 의원은 오는 25일 제2차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의회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몽골을 찾는다. 김병기·서영교·유동수(민주당) 의원과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26일 마셜군도·피지 의원친선협회 차원에서 피지 등을 방문한다. 박병석(민주당), 김관영(바른미래당), 추혜선(정의당), 손금주(무소속) 의원 등 9명은 한반도평화번영포럼 차원에서 19일 일본을 방문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제 업무와 관련한 예산은 이미 잡혀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국회가 바쁘지 않을 때를 틈타 의원들 다수가 해외출장을 떠난다”며 “출장 갈 때는 여야 간 협치가 잘 된다”고 꼬집었다.

의원외교가 아니라 순전히 친목 차원의 여행을 떠난 의원들도 있다. 1년 임기를 끝낸 민주당의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단 8명은 지난 1년간 매달 30만원씩 모은 사비를 들여 ‘쫑파티’ 차원에서 지난 11일 포르투갈로 출국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국회의원들의 연봉 수준은 과도한데 국회 파행 등으로 실제 일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 국민들은 ‘연봉을 반으로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한다”며 “국회의원의 연봉·보좌진 규모 등을 결정하는 독립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19-05-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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