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력 진단 있으면 감형사유 고려할 수밖에” “치밀한 계획 범죄…범행 당시 정신상태 따져야”

김정화 기자
업데이트 2019-04-19 15:36
입력 2019-04-19 01:26

전문가가 본 ‘심신미약 감형’ 가능성

이웃 주민 5명을 살해한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이 조현병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그가 과거 흉기난동을 벌이고도 병력을 이유로 감형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조현병 환자라고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범을 감형해 줘선 안 된다”는 쪽에 힘을 싣는다. 전문가 판단은 엇갈린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전날 범행 현장에서 체포된 이후 줄곧 횡설수설하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을 향해 “제대로 좀 밝혀 달라. 부정부패가 심각하다. 10년 동안 불이익 당했다”고 소리쳤다. 경찰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해 안씨를 설득하며 조사하고 있지만 상태가 중증이라 논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2010년 흉기 범죄 때도 감형 인정받아

안씨는 2010년 5월 거리에서 2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고도 감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그가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을 앓고 있음을 감형 사유로 인정했다. 형법 10조는 피고인이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할 능력이 떨어지면 처벌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안씨가 이번에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받을지를 두고 전문가 분석은 엇갈린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감형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공 교수는 “현행법상 피의자가 심신미약 진단을 받았다면 법원은 감형 사유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병이 치료되지 않아 행위자에게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세 심하면 계획적 살인 저지를 수 없어

반면 조현병과 범죄 연관성을 세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씨의 범행이 상당히 계획적이었고 당시 분별력이 낮았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정하 정신장애인당사자단체 파도손 대표는 “조현병 증세가 심한 사람은 계획적 살인을 저지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도 “범행이 매우 치밀했다”면서 “감형 여부를 판단할 때는 정신병력보다 범행 당시 정신 상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병 환자의 감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오히려 환자들 사이에서 “똑같이 처벌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신장애인 대안매체인 마인드포스트의 박종언 편집국장은 “관절염 걸린 사람이 관절염 때문에 사고 쳤다는 변명을 하지 않듯 지은 죄에 대해서는 차별 없이 벌을 받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정근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사무국장도 “환자들 입장도 감형하지 말고 정당하게 벌받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04-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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