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침몰’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3461m서 블랙박스 회수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업데이트 2019-02-19 03:11
입력 2019-02-19 02:04

남대서양 항해 도중 선원 22명 실종

늦어도 상반기 침몰 원인 규명될 듯
대책위 “정부 2년간 심해수색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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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수색 선박인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시베드 컨스트럭터호가 지난 17일 2년 전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서 원격제어 무인잠수정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일부인 선교를 발견하고 인근 해저면에 떨어져 있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했다. 사진은 선교 측면에 보이는 스텔라데이지호의 고유 선박식별 번호.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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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회수됐다. VDR은 항해 기록이 담긴 일종의 ‘블랙박스’다. 다음달 중 선박 사고와 관련한 데이터가 한국에 인계돼 분석을 마치면, 해당 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8일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하던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시베드 컨스트럭터’호가 지난 17일 선체의 일부인 선교를 발견했고 인근 해저면에 이탈해 있던 VDR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시베드 컨스트럭터호는 지난 14일 사고 해역에 도착해 자율무인잠수정(AUV)을 투입해 심해 수색을 벌였고 이틀 만에 VDR을 회수했다. 회수 해역은 케이프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1860마일 떨어진 곳으로, 수심은 3461m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심해수색으로 블랙박스를 발견한 건 세계적으로 두 번째 정도”라고 했다.

회수된 VDR은 부식 방지를 위해 특수용액에 담가 시베드 컨스트럭터호에 보관 중이다. 이달 말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업체가 데이터를 추출해 3월 중에 해경과 해양안전심판원에 넘겨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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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수색 선박인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시베드 컨스트럭터호가 지난 17일 2년 전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서 원격제어 무인잠수정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일부인 선교를 발견하고 인근 해저면에 떨어져 있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했다. 사진 가운데 노란색 장치가 VDR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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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R에는 날짜, 시간, 선박 위치, 속력, 방위, 선교 녹음, 선박 초음파 통신(VHF 통신) 등의 자료가 저장돼 있다. 해경 등이 이를 분석해 기상 상태와 연결하면 운행의 적절성과 사고 당시 선박 상태, 사고 전 선박의 손상 여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분석 기간은 짧게는 한 달이 걸리고 음질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분석작업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견된 선교는 본체에서 뜯겨 나간 상태였다. 시베드 컨스트럭터호는 스텔라데이지호 본체와 미확인 구명벌에 대한 수색작업을 계속 벌인다.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돼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길 바란다”면서 “추가로 찾는 증거를 통해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렇게 빨리 침몰 선박을 찾아내고 블랙박스를 수거할 수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년간 ‘선례가 없어 심해수색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며 “정부의 우물 안 개구리식 탁상공론 실태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한편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으며 한국인 8명을 포함해 22명이 실종됐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02-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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