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가족을 위한 ‘만지는 그림 동화책’을 아시나요?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업데이트 2019-02-18 14:57
입력 2019-02-18 14:51
이미지 확대
12일 경기 의정부시 나누미 촉각 연구소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문미희 소장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시각장애 아이들이 그 나이대에 받아야 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면 점차 비장애 아이들과 격차가 생기게 돼요. 이 아이들에게도 동등한 교육 여건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촉각 도서를 만들게 됐어요.”

나누미 촉각 연구소장 문미희(39)씨는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만지는 그림 동화책(이하 촉각 도서)을 제작하고 있다. 판매 목적이 아닌 자원봉사다.

촉각 도서는 왼쪽에는 책의 이야기와 점자가, 오른쪽에는 책 내용에 맞는 인형이나 소품 등이 부착돼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들의 발달을 돕기 위한 오감 도서와는 다르게 촉각 도서 같은 경우는 물건이나 대상의 고유한 재질을 최대한 비슷하게 옮겨놓는다. 예를 들어, 유리컵에 관한 동화책일 경우 유리를 직접 책에 넣을 수 없으니 유리와 가장 비슷한 질감을 직접 만져보며 찾아내 책에 구현해내는 것이다.

12일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나누미 촉각 연구소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문미희 소장은 “촉각 도서는 시각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시력을 잃은 부모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해요”라고 강조했다.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신 어머니가 있었는데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가 없었죠.”
이미지 확대
실제로 제작된 촉각 도서 ‘똘똘이’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2010년 4월부터 근 10년을 촉각 도서 제작에 힘쓰고 있는 문미희 소장. 본업이 설치미술가인 그가 촉각 도서 제작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저 미술 작업 중 하나였을 뿐이다. “처음에는 미술 작업으로 시작했던 거였는데, 진행하다 보니 이게 그냥 작업으로서 끝날 게 아니라 책이 더 만들어져서 보급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어려움도 당연히 있었다. 과거 촉각 도서 제작 행위가 예술이냐 복지냐는 갈림길에서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돼 문화재단 기금 지원 심사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문미희 소장은 “문화기금을 받으려고 하니까 분야가 예술이냐 복지냐에 혼동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어딘가에 기대서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이끌어나가자는 생각에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문미희 소장은 매주 목요일, 작업 공간에서 자원봉사 어머니들과 함께 촉각 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1권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개월이며, 지금까지 약 100여 권을 완성했고 대부분은 지역 도서관이나 시각 장애인학교에 기증했다.

일본 같은 경우는 한 지역의 한 학교 도서관에만 약 5만 권이 넘는 촉각 도서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촉각 도서가 많아지기 위해선 지역 곳곳에 촉각 도서를 만드는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문미희 소장은 전했다. “유럽에서는 촉각 도서 공모전이 있어요. 일반 시민들에게 몇 가지 지침만 알려주고 공모를 하는데, 굉장히 다양한 책들이 나와요. 퀄리티가 높고 낮은 걸 떠나서 아이들에게 얼마큼 더 많은 상상력을 입혀줄 수 있는 책인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문미희 소장은 촉각 도서 자원봉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의정부에 위치한 ‘나누미 촉각 연구소’에 방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5만 권을 채우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아직 촉각 도서 역사가 짧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많은 책을 보유하고, 이 책을 많은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글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기자 gophk@seoul.co.kr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0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