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경각산 패러글라이딩 비상할 수 없다

수정: 2019.01.15 18:46

토지주, 사업도중 업자 등과 수년간 마찰
급기야 높이 2m·길이 60m 철조망 설치
이륙지점 일부 땅 AG 金 주역이 소유주
동호인들 “국대출신 실력행사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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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완주군 구이면 ‘경각산 활공장’에 철조망이 높이 둘러처져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전국 동호인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 선수가 전국 5대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꼽히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경각산 활공장’에 철조망을 설치해 물의를 빚고 있다.

15일 전주시 패러글라이딩협회에 따르면 인부들은 지난 10일 Y자 형태의 쇠파이프를 세운 데 이어 다음날에는 철망을 덧대고 윗부분에 철조망을 연결해 활공장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패러글라이딩 이륙 지점을 반으로 나누어 높이 2m, 길이 60m 규모로 들어섰다. 경각산 활공장은 시내에서 가까워 접근성과 경관이 좋아 1986년부터 전국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철조망 설치를 지시한 사람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이었던 패러글라이딩 여자 단체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주)플라이코리아 대표 장모(38·여)씨로 알려졌다.

장씨가 경각산 활공장에 철조망을 설치한 것은 법인에서 매입한 토지를 기반으로 사업화하려는 과정에서 관련 업자, 동호회 등과 수년간에 걸쳐 빚은 마찰이 곪아터졌기 때문이다.

플라이코리아는 2015년 활공장 이륙 지점 일부를 포함한 인근 토지 1만 8200㎡(임실군 신덕면 산 153)를 사들였다. 이륙 지점은 완주군 구이면과 임실군 신덕면 경계에 위치했다. 이후 장씨는 경각산 활공장에서 2인승 텐덤 사업을 하던 업자 4명에게 사용료로 연간 1200만원씩 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거절하자 활공장 사용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이륙장으로 활용하는 토지 1000여㎡ 가운데 절반은 플라이코리아 소유이고 나머지는 안씨 문중 소유여서 이곳을 사용하는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과도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

장씨의 활공장 사업화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인접 지주들마저 동호인들에게 사용료를 요구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급기야 동호인들은 안씨 문중에는 연간 200만원의 사용료를 주기로 했다.

활공장 진입로 지주 2명도 소음과 분진 피해를 호소해 동호회와 관련 업체들이 나서 도로 포장을 해주고 운행 차량은 토지주가 허락한 2대로 제한했다. 동호인들은 활공장까지 오가는 차량을 이용하는 대가로 1인당 5000원씩 내고 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차량을 제한 없이 통행 가능하도록 해주거나 진입로 지주와 협의한 운행 차량 2대 중 1대를 자신의 차량으로 대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토지 소유권을 행사하겠다는 통보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진입로 부분 토지주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급기야 활공장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활공장 토지와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이런저런 소문이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철조망 설치는 당연한 재산권 행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은 “후진 양성과 동호회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가 활공장에 철조망을 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A씨는 “재산권 행사도 좋지만 같은 종목의 스포츠를 즐기는 국가대표가 대화로 해결해야지 실력행사를 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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