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공장 와주십시오” 文 “대규모 투자하면 얼마든지요”

수정: 2019.01.16 01:14

文대통령·기업인 9명 25분 靑 경내 산책

文 “반도체 경기 안 좋다는데” 질문하자
李 “이제 진짜 실력 나오는거죠” 자신감
文 “현대그룹 희망 고문… 잘될 겁니다”
영빈관선 자켓 상의 벗고 셔츠 차림 토론
버스로 靑 다녀가… 손목시계 선물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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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회장 발언 경청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최태원 SK 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최 회장 왼쪽)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두 번째 줄 맨 왼쪽)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오른쪽 앞줄부터 손경식 CJ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문 대통령,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주십시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얼마든지 가겠습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문 대통령)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이 부회장)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최태원 SK 회장)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이 부회장)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가 끝난 뒤 문 대통령과 기업인 9명은 25분간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대통령 공식행사에서는 나오기 힘든 수준의 제안과 농담이 격의 없이 오고 갔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한 4대 기업 총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커피 든 보온컵을 들고 본관 소나무길을 거쳐 녹지원까지 문 대통령과 함께 걸었다.

미세먼지로 앞이 흐린 것을 들어 김수현 정책실장이 “삼성,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더라”고 운을 떼자, 이 부회장은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이에 구광모 LG 회장은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비메모리 반도체 쪽 진출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바이오 업계 2위인 서 회장은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하려고 하는 게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주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한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한다”고 해 웃음이 터졌다. 서 회장은 “저희와 삼성이 같이하면 세계 바이오 시장 1500조원 중 몇 백조원은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산책 말미에 문 대통령은 현정은 회장에게 “(남북 경협 재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앞서 영빈관 토론회에서는 사회자인 박 회장 제안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남성 참석자들이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토론하는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대통령 좌우로는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앉았다. 청와대는 “김택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게임·정보기술(IT) 기업의 대표주자로서, 김재희 사장은 중견 여성기업가로서 배석했다”고 설명했다.

포털업계 양대 산맥인 카카오는 참석했지만 네이버는 불참했다. 네이버 측은 “임원의 미국 출장으로 대한상의의 참석자 선정 과정에서 통보를 제대로 받지 못해 뒤늦게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제외됐다”고 밝혔다. 토론은 기업인 17명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20분을 넘겨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행사 후 대통령 손목시계를 기념품으로 전달받았다. 앞서 기업인들은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 앞에 집결해 전세버스 4대에 나눠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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