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소환]“검찰 수사 한답니까?” ‘놀이터 회견’으로부터 7개월…여전히 ‘유체이탈’ 화법

나상현 기자
업데이트 2019-01-11 20:55
입력 2019-01-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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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앙지검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출두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답하고 있다. 2019. 1. 11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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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함에 따라 7개월 전 ‘놀이터 회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 전 원장은 한창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양 전 원장은 재판거래 및 인사 불이익 의혹에 대해 “결단코 그런 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어떻게 남의 재판에 관여하고 간섭하는 일을 꿈꿀 수 있겠냐”면서 “법관들의 심정은 정말 억하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어떤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를 하시고 법원에 대해 가지 신뢰를 계속 유지해주길 간청 드린다”고 덧붙였다.

회견 도중 양 전 원장은 취재진이 ‘검찰 수사를 받을 의향이 있냐’고 묻자, 질문을 던진 기자를 빤히 바라보며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라고 응수했다. 아직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이전 시점이었기 때문에 ‘설마 검찰이 대법원을 향해 칼끝을 겨눌 수 있겠느냐’는 의미가 내포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어떤 법원의 행위가 지적된 데에 사법행정의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본인이 관여한 바는 없으나, 총수로서 책임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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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6.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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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를 모두 투입하면서 양 전 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선고를 미루도록 지시하고, 사법행정권에 부정적인 법관들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인사 불이익을 주도록 한 정황이 각종 문건 및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김용덕 전 대법관 등 양승태 사법부 당시 고위 법관들이 양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음을 진술하기도 했다. 모두 양 전 원장이 직접 움직인 정황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이날 양 전 원장은 7개월 전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검찰 포토라인에서 질의응답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친정’인 대법원 정문 앞에 나타난 양 전 원장은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법관)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다”고도 말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앞서 ‘놀이터 회견’처럼 사법부가 시끄러워진 것에 대해 대법원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만 있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이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양 전 원장은 ‘놀이터 회견’ 당시와 입장이 똑같냐는 질문에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편겨이나 선입견 없는 시선으로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선 취재진의 질문을 모두 무시한 채 차에서 내린 지 10초 만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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