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맛집/황성기 논설위원

일요일 새벽녘 선잠에 뒤척이다 TV를 켰더니 맛의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푹 고아 잘게 찢은 소고기가 고명으로 얹힌 국수인데 탄력이 있어 보이는 면발, 고기 육수와 더불어 그 새벽에 그렇게 맛깔나 보일 수 없다. 요리 전문가들의 극찬과, 지극히 성실해 보이는 주인장을 보고는 믿음의 심리가 발동한다. 맛을 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마음이 급해진다.

이른 아침잠을 깨 기다리고 기다리다 오전 9시 30분쯤 전화를 걸었더니 일요일인데도 가게 문을 연다고 한다. 평소라면 TV에 나온 ‘맛집’은 청개구리 심보처럼 머릿속에서 지우거나 발걸음을 거꾸로 하는데 이 가게는 예외였다. 10여㎞ 차를 몰아 가게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55분인데도 이미 자리가 없다.

10분쯤 줄 서고, 자리에 앉아 10분을 더 기다려 나온 국수는 상상했던 맛과는 약간 달랐지만, 동네 국숫집으로는 보통 이상이겠거니 싶다. 20평 남짓한 가게는 TV를 탄 덕분인지 정말이지 분주했다. 밀려드는 주문, 조리, 설거지, 서빙까지 주인 가족들이 총동원된 것 같은데도 숙련되지 않은 모습이 안쓰럽다. 그런들 어떠랴. 모처럼 맛집 선택에 실패하지 않고 새벽잠 설친 보람 있게 맛나는 국수 한 그릇 잘 먹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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