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세는나이와 만나이/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업데이트 2019-01-10 03:11
입력 2019-01-09 23:10
나이를 세는 단위인 ‘살’은 순우리말 수와 잘 어울린다. ‘한 살’, ‘두 살’은 익숙하지만, ‘한 세’, ‘두 세’는 어색하다. 한자어 ‘세’는 한자어 수와 더 편하게 연결된다. ‘일 세’(1세), ‘이 세’(2세)는 자연스럽지만, ‘일 살’이나 ‘이 살’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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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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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와 연결될 때도 둘은 좀 구분된다. ‘살’은 ‘먹다’라는 동사와 끈끈하지만, ‘세’는 ‘먹다’와 전혀 관계가 없다. ‘스무 살 먹었다’라고는 하지만, ‘이십 세 먹었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살’의 이전 형태는 ‘설’이었다. 그래서 ‘한 설’, ‘두 설’이라고 했다. 이때 ‘설’은 ‘설날’의 ‘설’과 같은 것이었다. ‘설날’을 기준으로 나이를 더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예전엔 새해 첫날이었던 ‘설날’이 되면 나이도 먹고, 떡국도 먹었다.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먹는 나이는 개인 관계를 더 밀착시키는 도구가 됐다. 서열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힘을 줬다. 생일날 케이크를 먹고, 먹는 나이와 다른 문화를 낳았다. 하나는 ‘세는나이’, 하나는 ‘만나이’로 불린다. 최근 일상생활에서도 ‘만나이’를 쓰자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wlee@seoul.co.kr
2019-01-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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