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법 쓰레기 수출국… 쓰레기 대란 부른다

신형철 기자
업데이트 2018-12-16 23:12
입력 2018-12-16 18:10

인천 송도 무허가 선적장 르포

 “어떻게 이런 산업 쓰레기들이 수출될 수 있었는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요. 심각한 상황입니다.”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무허가 컨테이너 선적장을 찾은 물류업체 피해자 강성호(가명)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합법적’으로 드나드는 인천항 인근에 ‘쓰레기 산’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항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를 이층으로 쌓아 쓰레기가 안 보이도록 막은 ‘컨테이너 성벽’도 있었다.

 쓰레기의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쓰레기들은 재활용 선별 후 나온 잔재 폐기물 수준이 아니었다. 페트병과 노끈, 카세트테이프 등이 뒤섞인 생활 쓰레기부터 어망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농어촌 쓰레기, 고무 호스와 시멘트 덩어리가 쌓여 있는 산업 쓰레기까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쓰레기들은 하나같이 이물질이 묻어 있어 재활용 잔재 폐기물로 보기가 어려웠다. 이 쓰레기들이 수출된다면 반입 국가에 큰 피해를 끼칠 게 분명해 보였다. 강씨는 “이런 종류의 쓰레기들을 플라스틱으로 속여 해외에 수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혀를 찼다. 선별 후 잔재 폐기물뿐 아니라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산업 폐기물까지 수출을 해 온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현장의 폐기물을 확인한 전문가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산업 쓰레기와 농어촌 쓰레기,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쓰레기를 대규모로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브로커들이 소규모로 쓰레기를 공수해 와 항구 근처에서 실어 해외로 내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쓰레기들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수출할 수 없는 종류”라면서 “아마 일반 수출품으로 속여 해외로 내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분리수거 대란’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등이 최근 폐기물 수입을 잇따라 금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홍 소장은 “해외 불법 수출 경로가 막히면 폐기물들이 한국에 그대로 불법 방치될 수밖에 없다”며 “폐기물 처리시설 등을 추가로 지어 처리 용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불법 폐기물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방치된 쓰레기로 집단 민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불법 야적장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데다 은닉돼 있어 확인이 어렵다. 다만 송도 폐기물 야적장은 인근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어 완공되면 폐기물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선적장에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만 있을 뿐 인적이 끊겼다. 강씨는 “이곳에서 폐기물을 수출하던 중 한국의 불법 쓰레기 수출이 알려진 ‘필리핀 사태’가 터지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재활용 업자들이 도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송도 외에도 전남 광양과 충남 공주에도 불법 쓰레기 수출 집하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환경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폐기물 브로커들은 업체 이름을 수시로 바꿔 전국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꼬리를 잡는 게 어렵다”며 “전해 듣기로 광양과 공주 등에 폐기물을 쌓아 놓고 해외로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8-12-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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