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용균씨 숨진 뒤에야 도착한 서부발전의 공문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업데이트 2018-12-14 21:34
입력 2018-12-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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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故 김용균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오열하고 있다. 2018.12.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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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현장점검은 2인 1조로 해주세요”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한참 늦은 공문을 보냈다.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지난 11일 새벽, 태안발전소에 혼자 근무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된 지 4일 만이다.

서부발전은 14일 석탄운송설비업체 등에 보낸 공문에서 “모든 현장점검을 2인 1조로 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서부발전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외 근무수당은 추후 정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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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눈물 닦아주세요”
“비정규직의 눈물 닦아주세요”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13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태안터미널 앞에서 동시에 열린 가운데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일반 시민 등 약 500명이 촛불을 들었다. 각 광장에는 분향소도 마련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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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지난 11일 인명사고 발생 이후 하청업체에 구두로 “사고 위험성이 있는 곳에서는 2인 1조로 근무해 달라”고 당부해왔다.

이번 서부발전의 2인 1조 근무 통보에 대해 하청업체와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임시처방에 불과하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석탄운송 분야에서 일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인력증원 없는 2인 1조 근무는 오히려 근무영역이 넓어지거나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등 근로 환경을 악화할 수 있다”며 “1인 근무로 인해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서부발전 측은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회사 사정에 맞는 안전관리계획 수립을 요청했고, 여러 안전수칙을 준수하되 불가피할 경우 2인 1조 근무를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에 따른 경비 등은 추후 정산하되 장기적인 인력수급 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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