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수백건 쪼개기 입법… “법안통과 중점” vs “연말 실적 쌓기”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업데이트 2018-12-13 03:20
입력 2018-12-12 23:02

황주홍 의원측 “기관마다 사정 달라 1개 기관이라도 막히면 통과 어려워”

국회 관계자 “건수 집착은 경계해야”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법률안 대표발의를 가장 많이 한 의원은 총 562건을 발의한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다.

황 의원은 지난 5일부터 여성이 채용, 승진, 전보 등 인사상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유리천장’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마다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 227건을 일괄 발의했다. 해당 기관을 모두 묶어 한 개의 법안으로 만들지 않고 기관 1개마다 1개의 법안을 일일이 만들면서 법안이 227개나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법안 내용은 다 똑같고 해당 기관 이름만 다르다. 의원실 관계자는 “기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판단을 묻기 위해 개별 법안을 쪼개서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해당 기관을 모두 묶어 법안을 발의했다가 1개 기관이라도 막히면 법안 자체가 통과되기 힘드니 일일이 기관마다 법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연말 입법 실적을 쌓기 위한 쪼개기 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황 의원은 지난 1월 ‘20대 국회 국회의원 입법 실적 1위’를 홍보했다.

대표발의 건수 2위(총 369건)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0월 31일 일본식 용어인 ‘당해’를 보다 알기 쉬운 우리말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 42건을 일괄 발의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당해라는 표현이 있는 법안을 일일이 다 고쳐야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괄 발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입법 실적을 의도한 건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대표발의 건수 3위(총 251건)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일본식 용어인 ‘해산부’, ‘내구연한’, ‘인육’ 등을 정비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수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용어 정리를 위한 입법은 법체처가 법제정비사업을 통해 할 수 있는 만큼 입법 실적을 쌓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입법 활동이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게 좋지만, 너무 건수에 집착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8-12-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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