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훈련 사실상 유예…비핵화·평화모드 살린다

이주원 기자
업데이트 2018-12-06 23:24
입력 2018-12-06 20:52

한·미, 을지프리덤 등 이어 5번째 유예 조율 중… “외교적 공간 마련될 것”

한·미 군 당국이 내년 예정된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FE)을 유예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훈련이 유예된다면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등이 유예된 데 이어 다섯 번째 한·미 연합훈련 유예다.

한·미 강경 보수층에서는 연합 훈련 유예가 안보 공백을 야기할 것이라고 공격하지만, 정작 안보에 가장 민감한 군 당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평화무드를 위해 전폭적으로 힘을 싣는 모습이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내년 3월 연합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KR) 연습은 시행하되, 동시에 실시하는 독수리 훈련은 사실상 유예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대화 촉진 등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독수리 훈련에 미군 전력을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수리 훈련이 취소되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군의 핵추진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 등 주요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는다.

독수리 훈련은 한·미 연합전력이 참가하는 실기동훈련(FTX)이다. 이 훈련을 유예하게 되면 우리 군은 미군 없이 독자적으로 별도의 훈련을 소화할 전망이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독수리 훈련에 대해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규모를 줄여서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도 같은 달 26일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을 중단하겠다”며 “이번 조치는 북한의 비핵화를 다루기 위한 외교적 공간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잇따른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와 미군 당국자들의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의 진행과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비핵화를 위한 기회의 문이 점점 닫혀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유예 또는 축소로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라고 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8-12-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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