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 특별재판부 반대할 명분 없다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재판을 다룰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했다. 대법원은 어제 의견서를 내 ‘특별재판부가 헌법상 근거가 없는 데다 법률이 정한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개입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아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대법관들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재판 거래는 없었다’는 의견을 냈던 만큼 특별재판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는 것도 예상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법농단 의혹의 주역으로 한국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도 조금의 반성도 없다는 사실은 실망스럽다. 관련 영장을 번번이 기각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 일선 법원의 행태를 옹호한 것과 다름 아니다. 법학교수 137명과 6550명의 시민들이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관 탄핵 등을 요구하는 등 사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보이지도 않는지 되묻고 싶다.

대법원의 의견도 근거가 미약하다. 특별재판부는 법원 밖이 아닌 서울중앙지법 등에 설치되는 데다 현직 법관들로 구성한다. 재판부 최종 임명권도 대법원장에게 있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관련 법은 기존 법원조직법의 특별법으로 제정되고, 국회는 고유의 입법권을 행사할 뿐 사법권에 개입하지 않는다. 사법농단 의혹 관련 판사들이 수십 명에 달해 통상적인 절차로 재판 진행이 어려워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는 것 아닌가.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공언했다. 사법농단 의혹의 진상규명과 문책을 위해 필요한 조직이 특별재판부다. 사법부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순간 국민에게 파면당할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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