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 속으로 / 박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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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범 / 가을
수채, 75×56㎝
서양화가. 조선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전공

가을 속으로 / 박상순

내 ㅡ 앞에 ㅡ 과꽃 ㅡ 피고 ㅡ 있었다

내 ㅡ 앞에 ㅡ 과꽃 ㅡ 지고 ㅡ 있었다

나는 망치를 꺼내

가을꽃, 보랏빛 꽃술 한가운데

뻣뻣한 내 다리를 때려 박고

가을 속으로

가을 속으로

내 ㅡ 앞에 ㅡ 과꽃 ㅡ 피고 ㅡ 있었다

내 ㅡ 앞에 ㅡ 과꽃 ㅡ 지고 ㅡ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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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의 레를 여행할 때였다. 만년설 쌓인 강마을 민박집 뜰에 라벤다 꽃이 환했다. 보라색 꽃과 보라색 향기 모두 좋았다. 주인 사내가 설표 이야기를 했다. 스노레퍼드. 이름만 들어도 신비했다. 그가 노래 하나를 불러 주었다. 달이 밝은 밤 설표가 마을에 내려와 꽃향기 맡네. 설표가 좋아한 마을 아가씨가 있었다고 했다.

나는 과꽃을 좋아한다. 과꽃만 보면 이유도 없이 눈물이 찔끔찔끔 난다. 길 가다 과꽃을 보면 나도 망치를 꺼내 보랏빛 꽃술 한가운데 뻣뻣한 내 다리를 때려 박는다. 당신도 이 가을 들꽃 곁에 쪼그리고 앉아 망치질을 하면 좀 좋을까. 망치는 은유다. 사랑스럽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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