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말과 슬기/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업데이트 2018-11-08 00:37
입력 2018-11-0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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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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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호는 살림하는 국어학자다. 그는 집에서 우리말의 역사에 대해 연구한다. 그가 국어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말 속에 슬기로운 생각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책 제목도 ‘우리말을 제대로 알면 머리가 슬기로워진다’라고 지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아는 것과 슬기로워지는 것이 맞닿아 있는 문제여서 이렇게 붙였다고 한다.

그는 ‘밀물’과 ‘썰물’에서도 삶 속 슬기를 찾는다. ‘밀물’과 ‘썰물’은 단순히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들물’과 ‘날물’이라고 했을 것이다. ‘밀물’에서 ‘밀다’는 ‘무엇이 무엇을 밀다’처럼 쓰인다. ‘썰물’에서 ‘써다’는 ‘무엇이 무엇을 써다’에서처럼 쓰였는데, 이때 ‘써다’는 ‘당기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밀물’과 ‘썰물’에는 “‘무엇이’ 물을 밀고, ‘무엇이’ 물을 당긴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 ‘무엇이’는 바로 ‘달’이다. 달이 바닷물을 잡아당기고 놓고 하는 현상을 말에 담은 것이다. 어떤 사실을 올바르게 말로 옮기는 것,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아는 데서 슬기로움은 새싹처럼 돋는다.

wlee@seoul.co.kr

2018-11-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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