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짓누르는 국고보조사업… 區 예산부담 8년 만에 2배로

서울 서대문구 사례로 본 국고보조사업 문제점

국고보조사업이 자치구를 짓누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2010년만 해도 전체 예산 규모는 254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국고보조사업을 위해 투입한 구비가 212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예산 4553억원 가운데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구비가 396억원으로 늘었다.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부담이 8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예산 대부분이 운영비와 시설비 등 고정비용으로 나간다. 서대문구 사례를 통해 국고보조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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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보조사업은 대부분 사회복지와 관련된 것이다. 복지 강화를 구정목표로 세운 서대문구로서는 중앙정부 복지정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보조율에 맞춰 구비를 투입하다 보면 서대문구가 창의적으로 시행하려는 복지사업 혹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대문구 실정에 맞는 복지사업에 투입할 재원이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서대문구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국고보조사업이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일정 비율 재원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보조율을 지역 실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보조율 인상을 합의했는데도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무상보육 보조율 인상이 번번이 막혔던 것에서 보듯 한번 정해진 보조율은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서대문구 예산부서 관계자는 “만약 구비로만 했으면 국고보조사업만큼 큰 규모로 복지사업을 못 했을 것”이라면서 “국고보조사업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닌데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구의 다른 관계자는 “보조율 자체를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일관성도 없다”면서 “행정운영경비가 전체예산에서 3분의1가량이다. 사회복지 분야를 빼면 가용재원이 200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20만원으로 인상할 때 서대문구는 몇십억원을 급하게 편성해야 했다. 결국 시설비를 많이 깎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한동안 도로가 패어도 예산이 부족해서 복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서 “솔직히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국고보조사업은 자치구에 갑질로 비치기도 한다. 한 예산과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고보조금을 주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거나 그게 힘들면 전용하라는 얘길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단 다른 사업을 위한 국비를 국고보조사업에 먼저 쓰고 나중에 구비로 메워서 결산할 때는 문제가 없도록 해 달라고 하더라”면서 “결국 중앙정부 요구대로 맞추긴 했지만 너무 급하게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지방 갈등은 서대문구 관계자들이 보기에 국고보조사업의 문제점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였다. 당시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라고 했지만 서대문구는 다른 자치구와 힘을 합쳐 이를 거부하면서 저항하기도 했다. 2년가량은 서울시에서 무상보육에 쓰라며 특별교부금을 준 적도 있었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복지와 관련한 사업이지만 보조율이 제각각인 것도 자치구에서 보기엔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국고보조사업은 지자체가 신청해서 따내는 방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치구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시설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시설을 지을 때는 국고보조를 받을 수 있지만 완공 뒤 운영비는 온전히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한 관계자는 “국고보조사업을 신청하는 게 지자체에 도움이 되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지자체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는 없다시피 하다는 것도 지자체 관계자들의 불만을 키운다. 중앙정부에서 서대문구에 묻는다고 하는 것도 결국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의견을 달라’는 식이다. 결론을 정해 놓고 물어보니 답변을 아예 안 하는 경우도 많다. 한 관계자는 이를 “의견은 묻는데 수렴은 안 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들에게 “중앙정부에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어봤다. 한 관계자는 “기초연금도 그렇지만 중앙정부에선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단 몇 퍼센트라도 꼭 국고보조사업으로 한다”면서 “정부에선 그 정도도 부담하지 못한다고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가용재원 중 몇십 퍼센트를 차지한다. 중앙정부가 지역 실정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국고보조사업도 처음 몇 년뿐이다. 그 뒤에는 결국 온전히 지자체 부담이 된다”면서 “특히 공모사업이 그런 식으로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도 3년만 국고보조해 주고 그다음부턴 자체 사업으로 하라고 하는데 자치구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처럼 돼버린다”면서 “도시재생사업이란 게 국가적으로 길게 보고 하는 사업인데 재원대책은 거기에 못 미치는 건 모순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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