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발 고속열차 19분만에 선전역 닿았다…홍콩-中 통합 급물살

강경민 기자
업데이트 2018-09-23 14:20
입력 2018-09-23 14:20

베이징 등 44개 도시 일일 생활권으로 연결…홍콩선 ‘독립성 우려’ 목소리도개혁개방 40년만에 대변혁…주민들 홍콩 탈출 걱정하던 中, 이젠 통합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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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와 특별자치구인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열차.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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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오전 7시 정각. G5736편 고속열차가 하얗고 긴 몸뚱이를 이끌며 홍콩 카우룽반도 끄트머리에 위치한 웨스트카우룽(西九龍)역 플랫폼을 서서히 빠져나가더니 속도를 높여 북쪽으로 내달렸다.

비슷한 시각, 중국 광둥(廣東)성의 선전(深천<土+川>)에서도 홍콩행 고속열차가 발차해 남쪽으로 달려나갔다.

특별한 기차 여행에 새벽잠을 설친 승객 수백명을 태운 두 편의 고속열차는 오전 7시19분에 맞춰 선전북역과 웨스트카우룽역에 동시에 닿았다.

중국 본토와 특별자치구인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열차가 23일 역사적인 첫 정식 운행을 무사히 끝난 것이다.

선전에서 출발한 첫 열차를 타고 홍콩 웨스트카우룽역에 내린 20대 승객 리저야오씨는 사우스모닝포스트(SCMP)에 “고속철 개통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로 이런 역사적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었다”며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철도총공사는 정식 운영 첫날인 이날 95편의 고속열차편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82편은 단거리인 홍콩-광저우(廣州), 홍콩-선전 노선이며 나머지 13편은 장거리 노선이다.

고속철이 새로 연결돼 앞으로 홍콩에서 기차를 타고 인접한 광둥성 중심 도시인 광저우, 선전은 물론 베이징, 상하이, 정저우(鄭州), 우한(武漢), 항저우(杭州), 샤먼(廈門), 구이린(桂林) 등 중국 전역의 44개역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중국 본토 각 도시에서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홍콩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홍콩과 본토를 연결하는 고속철의 정식 명칭은 ‘광선강(廣深港) 고속철’이다. 중국 본토 구간 116㎞와 홍콩 구간 26㎞를 합해 총 142㎞ 길이다.

이 고속철은 대륙구간에서는 시속 350㎞, 홍콩 구간에서는 200㎞ 속도로 운행할 예정이다. 광선강 고속철은 중국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4종(縱)4횡(橫)’ 고속철도망 사업의 일부이다.

2010년부터 추진된 광선강 고속철에는 884억 홍콩달러(12조6천억원)이 투입됐다.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고속철 연결은 오는 12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하는 중국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벤트다.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기 전까지 홍콩은 아시아의 대표적 번영 도시였지만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빈곤국이었다.

두 지역 간 경제력 격차로 선전에서는 해마다 최소 수천명의 중국인들이 목숨을 걸고 불법 도강을 해 홍콩으로 불법 이주를 해 중국 지도부에게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의 중국 본토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중국이 홍콩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과 중국 본토 간 중요 교통 인프라인 고속철 연결은 이 같은 경제 통합 움직임을 한층 촉진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 광둥 성 주하이(珠海), 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 해상 대교인 강주아오(港珠澳) 대교도 곧 개통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홍콩이 지리적으로 중국 대륙의 한 부분으로 직접 연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되고 나서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50년간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콩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급속한 중국과의 지리적·경제적 통합이 홍콩의 독립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고속철 열차 내부와 웨스트카우룽 역내 출·입경 관리소, 세관 검사소, 검역소, 여객 승하차 플랫폼 등의 시설에 홍콩법이 아닌 중국법이 적용되는 이른바 ‘일지양검’(一地兩檢)이 시행되는데 이를 두고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일국양제’가 무력화되고 있다면서 성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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