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대법원장 “사법농단 수사 협조”… 구체적 방법은 없었다

김명수 90일 만에 거듭 강조

영장 기각 ‘제 식구 감싸기’ 비판 진화 나서
“사법행정내 더 적극 수사 협조” 해석 갈려
“영장 우회 협조 신호” “자료 더 주라는 것”
“통렬한 반성없이 기존 입장 되풀이 수준”
대통령까지 규명 촉구… 수사 탄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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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얘기 나눴을까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중앙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며 박수를 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사법농단’ 수사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인 사법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개혁을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세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검찰 수사 협조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정부 시절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재판거래 의혹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3권분립을 감안해 언급을 자제했지만, 사법부가 처한 최대 위기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 대법원장 또한 기념사에서 “최근 사법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현안들은 매우 참담한 사건”이라면서 “통렬히 반성하고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사법농단 관련 벌써 세 번째 사과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사법부가 지난 시절의 과오와 완전히 절연하기 위해서는 현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 6월 대국민 담화에 이어 90일 만에 재차 수사 협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정작 법원은 주요 증거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방안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대법원장이 비장하게 수사에 협조한다고 밝힌 만큼 법원 차원에서도 앞으로 진상 규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 같다”면서 “사건에 얽혔거나 영장을 맡은 법관들에게도 우회적으로 협조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반면 서울의 한 고위 법관은 “‘사법행정의 영역에서’라는 것은 법원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낼 수 있는 자료 정도를 더 주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임지봉(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슨 뜻인지 해석해야 할 만큼 대법원장의 메시지가 간명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전임 대법원장 시절의 문제라 하더라도 너무 충격적이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법농단이 자행된 데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쌓여 온 폐단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법개혁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사법행정권의 재판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의 전면적·구조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대법원과 행정처의 인적·물적 분리,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직화, 판결문의 투명한 공개, 법관인사 이원화 등을 곧바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국회와 행정부 등 외부기관이나 단체가 함께 개혁에 참여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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