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를 시험하는 정사각형… 당신은 인간을 믿습니까
영화 ‘더 스퀘어’를 만들기 전,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같은 제목의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복잡한 작품은 아니다. 벽돌로 정사각형 바닥을 만들어 놓고 이런 문구를 써놓았을 뿐이다. “전시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공간이다. 이 안에선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게 대체 뭘까 싶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현실과 차별화된 이상적 공간을 부각해,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기보다는 적대하는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공동체의 구성원이 믿음 속에 상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영화 ‘더 스퀘어’도 그 연장선 위에서 만들어졌다.원본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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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은 ‘더 스퀘어’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해설하는 지적 능력이 있다. 한데 그가 ‘더 스퀘어’의 메시지를 생활에 옮길 수 있는 실천 능력까지 갖췄을까. 이와 같은 물음 아래 이제 그는 첫 번째 과제에 직면한다. 아침 출근을 하는 크리스티안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어떤 사내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면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크리스티안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우리는 궁금해진다. 혹시 곤란해질지도 모르니 여자를 모른 척할까, 아니면 용기를 내 여자를 도와줄까. 본인의 온전한 결단인지는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어쨌든 그는 후자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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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2018-08-02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