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인터뷰] 평범한 두 여자의 반란 ‘네 발로 지하철 이용하기’

문성호 기자
업데이트 2018-07-27 17:11
입력 2018-07-27 16:56
지하철마다 제각각인 휠체어 전용 칸 위치 담은 안내지도 만드는 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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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지하철 이용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박소영씨(좌)와 이예슬씨(우). (사진=마마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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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발 벗고 나서는 것’뿐입니다.”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일조하고 싶다는 평범한 두 여성이 있다. ‘마마쁠’이라는 독특한 팀 이름도 갖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발품을 파는 것 밖에 없다”는 이예슬(26)씨와 박소영(26)씨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이 따뜻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밝힌 두 사람을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났다.

먼저 ‘마마쁠’이란 이름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란다. 이예슬씨는 “저희 두 사람이 혼자일 때는 불운이 빈번하게 따르는 편인데, 이상하게 둘이 있으면 불운이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불운의 평범한 두 여자가 만나 플러스 효과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홍보마케팅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이예슬씨와 대학원 진학을 앞둔 박소영씨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두 사람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지하철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통 약자들을 떠올렸다. 휠체어 전용 칸 위치가 지하철 호선마다 제각각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하여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객들이 휠체어 전용 칸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휠체어 전용 칸 안내지도’를 제작, 역사 승강기에 붙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네 발로 지하철 이용하기’다. 사회복지사 활동 경험이 있는 박소영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박씨는 “장애인분들과 동행하는 일이 잦았는데, 지하철 호선마다 휠체어 전용 칸 위치가 달라 불편함을 느꼈다. 안내지도가 있으면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들 역시 편리할 것 같아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목표가 정해지자 두 사람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먼저 1호선부터 9호선, 분당선 등 수도권 지하철을 직접 발로 뛰며 휠체어 전용 칸 위치를 조사했다. 동시에 지하철 안내지도 제작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스토리펀딩을 진행했다. 다행히 두 사람 취지에 공감한 많은 사람이 뜻을 함께했다. 디자인은 미술을 전공한 친구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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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회의실에서 ‘네 발로 지하철 이용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박소영씨(좌)와 이예슬(우)씨가 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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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작된 안내 지도를 과연 지하철역 승강장에 부착할 수 있을지가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예슬씨는 해당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관계 기관 설득에 노력하겠다”면서도 “허가가 나지 않더라도 장애인 전용 칸 안내지도 제작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안내지도는 장애인 협회나 부모 모임 카페 등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목표도 세우고 있다. 이예슬씨는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고 재미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저희가 영향력이나 힘은 없지만, 저희 이름처럼 두 발 벗고 나서서 할 수 있는 많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소영씨는 “뜻이 있는 분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싶다.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언제든 열려 있으니 연락을 주시면 좋겠다”며 동참을 부탁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goph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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