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저승사자’ 조사4국/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업데이트 2018-07-12 22:54
입력 2018-07-12 22:50
기업이 두려워하는 조직이 셋 있다.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다. 이들에게 수사나 조사를 받고 무탈(無?)하게 벗어난 기업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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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기업 수사를 도맡았지만, 조직 개편으로 요즘은 4차장 산하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에서 맡는다. 공정위도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가장 무서운 곳은 기업집단국이다. 조사국이었던 것을 국민의 정부 때 바꿨다. 이후에 없어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12년 만인 지난해 부활했다. 독점은 물론 기업 경영에서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탈·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덤빈다. 국세청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웬만한 기업은 한 번쯤 곤욕을 치렀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획·심층 수사나 조사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명부에 들어가면 온전한 상태로 나올 수 없다. 오너 등을 안 다치게 하려면 팔이든 다리든 내놓아야 한다. 물론 팔다리 내놓고도 사주 구속으로 이어진 경우도 없지 않다. 오죽하면 ‘저승사자’라고 했을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현장 조사 인력 15명을 줄이기로 했다. 전체 인력 200명의 8%다. 정부가 부처 정원을 줄이거나 폐지할 때는 존재 의미가 미미하거나 아니면 힘이 너무 세 제어할 필요가 있을 때다. 조사4국은 후자다.

국세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사4국은 엘리트들이 가는 출세 코스다. 대신 정치적 세무조사를 수행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획수사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CJ와 롯데, 효성 등 이명박 정부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기업들이 집중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때 두 차례나 조사4국의 조사를 받은 다음카카오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노출하는 포털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샀었다.

지난해 국회 등에서 조사4국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라는 주문이 폭주했다. 올해 국세청은 포스코, 기아자동차, 현대엔지니어링, LG그룹, 한국타이어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바쁜척 하더니 내놓은 것이 조사4국의 인원 15명을 감축하고, 비정기 특별세무조사를 줄이겠다는 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사4국 개편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국세청은 “조사4국의 개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하지만, 이번 역시 조직 축소를 면하기 위한 면피성 발표가 아닌가 싶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sunggone@seoul.co.kr
2018-07-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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