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북미 막힌 곳 뚫는다…종전선언 조율·비핵화 로드맵 조언

文대통령 ‘연내 종전선언’ 목표 재확인,이도훈 평화본부장 방미 협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12일로 1개월이 지났으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20여 일 만에 이뤄진 공동성명 이행 고위급회담이라고 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6∼7일) 협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의 ‘계약’과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고 분위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미 조야의 분위기는 식어가고 있다. 북한이 다시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비난이 나오는 등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북한 역시 판을 깰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의 중재 외교가 중요해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의 때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 제공의 선후관계 등을 둘러싼 인식 차를 노출한 만큼 이를 중재할 필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종전선언 문제가 견해차의 핵심에 자리를 잡고 있어 보인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협의 때 미국에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잠정적인 대북 안전보장 대책으로 종전선언 수용을 강력하게 촉구했으나, 미국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 이전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종전선언 가능성을 흘렸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을 기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종전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종전협정의 성격일 수도 있다고 보고, 가능하면 미루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공개된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인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판문점선언(4·27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며 연내 종전선언 추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현재 남북 및 북미 간 추가적인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아울러 종전선언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협정체결 등 항구적 평화정착 과정을 견인할 이정표”, “상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관계로 나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문 대통령의 규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비핵화-평화협정 여정의 ‘입구’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함으로써 차후 협상에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협의 때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이달 27일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하자고 요구했으며, 우리 정부 역시 7월 27일이 불가능하다면 9월 유엔 총회 등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1일부터 3박4일간 방미 협의를 해 눈길을 끈다. 이 본부장은 방미 기간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副) 차관보,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 보좌관 등을 만난다.

이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비핵화 워킹그룹과도 접촉해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을 어떻게 주고받을지를 담은 로드맵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측은 핵실험장 폐기,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을 별도의 합의문 없이 없이 주고받았지만, 본격 협상 과정에서는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 관계정상화 등을 둘러싼 구체적인 조치들을 상호 연결하는 로드맵 작성 과정이 필수적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 만큼 이 본부장은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과 관련해 우선 한미 공동의 방안을 만들어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아울러 종전선언이 대북 군사옵션 포기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한 미국을 상대로 종전선언이 종전협정과는 다른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핵화 진전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때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한미 간 의견일치를 모색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와함께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도 중재외교의 중요한 무대로 보고,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참가하는 다자안보회의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의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강경화 외교장관이 남북, 한미, 한중 등 양자회담은 물론 남북미 외교장관회담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12일 “폼페이오 방북에서 나타났듯 상호 불신과 견해차가 큰 북미가 협상하도록 맡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안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미가 당사자고 우리는 중재자라는 인식이 아니라 우리도 한 당사자라는 자세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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