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합의이행 ‘다른 셈법’…숙제 남긴 폼페이오 방북 협상

美, CVID→FFVD 변경했으나 ‘비핵화 우선주의’ 불변…신고·검증 강조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는 향후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합의 이행 방법과 관련해선 서로 다른 셈범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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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원 영빈관서 오찬장 향하는 폼페이오와 김영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북한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2018.7.7
연합뉴스

우선 정상회담 이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이뤄진 이번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회담은 북미정상 공동성명 이행의 첫발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6∼7일 이틀간 회담에서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키로 한 것은 정상성명의 구체적인 이행 협의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럼에도 북미 공동성명 이행 방법을 놓고 양측의 인식과 셈범이 다르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으며, 이로 볼 때 핵심 현안인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현실화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담후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일본으로 향한 후인 7일 저녁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요구만 했으며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북한은 미국이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공세를 폈다.

실제 방북 협상에서 미국 측은 ‘비핵화 우선주의’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체제안전보장 등과 관련해선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카드’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협의 후 동행한 자국 기자들에게 한 말과 8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비핵화 시간표 진전’, ‘최종 비핵화시까지 제재 유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다시 말해 북한으로선 미국으로부터 ‘상응조치’를 받지 못한 셈이다.

아울러 한미연합훈련의 일부 중단에 대해 미국 측은 중대한 양보로 인식하는 반면 북한은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에서 훈련 재개는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조치’로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일부 중단에 대해 미국의 평가치만큼 값을 치러 줄 수 없다는 생각을 비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자신들은 나름대로 (비핵화와 관련한) 미국의 우려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된 스케줄을 가지고 나왔는데 미국 측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불만 표출로 보인다”며 “향후 협상은 동시행동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북한의 논리는 비핵화를 결심한 상황에서 그것을 이행할 ‘명분’을 달리는 것”이라며 “적대관계 해소의 첫 조치를 종전선언으로 규정하며, 종전선언까지는 해줘야 비핵화를 좀 더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은 신뢰조성을 앞세우며 단계적·동시행동적 해법을,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원칙과 신고·검증 위주의 선(先) 비핵화방식을 고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비핵화 등을 협의할 워킹그룹을 창설키로 했다는 합의가 있었다면 성과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의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이 본격화했다”고 진단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거부하는 CVID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거론했지만 북한은 그 역시 CVID와 같은 개념으로 간주했을 수 있어 보인다”며 “북미대화를 장기간 끌고 가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미 모두 판을 깰 생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7일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다시 대화하지 않겠다’는 등의 말은 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만큼 대화는 계속 한다는 기조로 이번에 자신들이 느낀 바를 대외적으로 확인시키기 위해 담화를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을 미국에 제안한 사실을 공개한 가운데 북미가 후속 협상에서 이와 관련해 어떻게 접점을 찾을 지도 관심을 끈다.

외교가에선 북미가 비핵화 문제 등 협의를 위해 설치키로 했다는 워킹그룹 회의가 언제 열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워킹그룹 회의가 이달 중 열리고, 거기서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면 남북미 외교장관이 한 자리(싱가포르)에 모이는 8월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모종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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