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골보다 빛난 첫 골… 지고도 기쁜 파나마, 日 관중석에 욱일기… 술집서 英 나치 경례

한재희 기자
업데이트 2018-06-25 22:56
입력 2018-06-25 22:30

각양각색 응원전 눈길

축구 경기장의 모습은 게임 내용만큼이나 저마다이다.

지난 24일 파나마-잉글랜드 G조 2차전. 파나마의 주장 펠리페 발로이가 후반 33분 문전에서 몸을 날려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가르자 상대편 잉글랜드 팬들이 박수를 쳐 줬다. 파나마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것이 마치 결승골이라도 터진 분위기였지만 스코어는 1-6으로 파나마가 뒤져 있었다. 남은 시간도 적어 게임을 뒤집을 수도 없었지만, 피아 할 것 없이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파나마의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 크게 뒤지다 한 골을 만회하더라도 여전히 초상집이기 마련이지만, 파나마 팬들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상 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일본과 세네갈의 관중은 경기 후 자발적으로 청소에 나서 화제가 됐다.

●세네갈·일본 관중 쓰레기 뒷정리 화제

두 나라 관중은 팀이 각각 콜롬비아,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믿을 수 없는 승리를 거두자 누구보다 크게 열광했으나 경기가 끝난 뒤엔 이내 차분한 모습으로 뒷정리에 나섰다. 비닐봉투에 자신의 쓰레기뿐 아니라 남이 버린 것들까지 한데 모아 버렸다. 25일 열린 일본과 세네갈의 H조 2차전이 2-2로 끝난 뒤에도 양쪽 관중은 또다시 봉지를 손에 들어 감탄을 자아냈다.

다만 일본의 일부 팬들은 비상식적인 응원으로 빈축을 샀다. 1-2로 뒤지던 후반 33분에 교체 투입된 혼다 게이스케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자 관중석에 욱일기가 등장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도중 선수나 관중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의사 표시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본의 전범기 응원이 또 시작됐다. 이번엔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가만히 넘어갈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일본 전범기 응원 강력한 조치 필요”

눈살 찌푸리는 응원전은 영국에서도 나왔다. 영국 매체에 따르면 마이클 허버트(59·영국)라는 축구팬은 지난 19일 잉글랜드와 튀니지의 G조 1차전 경기 후 한 술집에서 나치 경례를 하고 반유대인 노래를 불렀다. 이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는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결국 영국 레스터 치안재판소는 축구관중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축구 경기 입장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잉글랜드축구협회도 “영상에 나온 부끄러운 행동은 잉글랜드 축구팬 다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6-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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